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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잼 Jul 24. 2023

키워드로 보는 일본(2) 섬나라 - 규슈, 시코쿠

일본의 정체성이 시작되다

일본이 섬나라라는 것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어린아이라도 아는 사실일 것이다. 우리는 일본이 섬나라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섬들이 가진 성질이나 문화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알고 있다 하더라도 지난 글에서 살펴본 혼슈에 대해서만 얕게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혼슈를 벗어나 다른 섬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사보다는 일본의 건국 신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규슈와 시코쿠라는 섬들의 이야기다.



일본의 시작으로 알려진 섬, 규슈(九州)


규슈의 대표도시 후쿠오카(왼쪽), 규슈 최남단 가고시마(오른쪽)


규슈는 일본 건국 신화에서 덴노가 처음 나라를 세우고 일본이라는 나라를 발전시킨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초대 천황인 진무 덴노는 규슈 남부의 히나타(지금의 미야자키현)에서 태어나 이곳을 떠나 지금의 나라 지역을 다스리던 장수를 물리치고 도읍을 삼았다고 기술되어있다 한다(진무동정). 다만, 일본서기가 8세기 나라시대에 쓰인 역사서이기 때문에 이 이전의 역사는 야마토 정권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신화적 이야기라는 점을 인식해 두자.


일본사에서 인정하고 중국, 한반도의 역사서와 교차 검증이 가능한 최초의 나라는 히미코 여왕의 야마타이국(邪馬台国)이다. 규슈 북부 혹은 중부에서 성장한(긴키에서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야마타이국은 야요이 시대 여러 도시 국가 중 하나로 우리의 원삼국시대와 비슷한 정치 체제라 할 수 있다. 야마타이국의 히미코 여왕은 중국으로부터 친위왜왕(親魏倭王)이라는 봉호를 받기도 했다. 한편, 규슈 남부에서는 사쓰마(지금의 가고시마현)를 중심으로 하야토(隼人)라 하여 야마토 민족과는 다른 소수민족이 살고 있었다. 독자 세력을 형성하고 살아가던 이들은 야마토 정권이 규슈 남부 지역까지 세력을 확장하자 결국 야마토 민족에 동화되었다.


이처럼 규슈는 일본 고대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곳으로 중국과 한반도와의 외교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야마토 정권이 긴키를 중심으로 세력을 강화하며 그 역할은 점차 축소되었다. 이후 일본의 주변부로 머물던 규슈는 근세 이후 유럽인들이 나가사키, 가고시마 등을 통하여 들어오며 이들과의 교역의 장이 되었다, 에도막부가 기독교를 금지하는 금교령을 내리며 다시 탄압의 지역이 되었다. 그러던 중 에도 말기, 지금의 가고시마현 일대인 사쓰마번이 조슈번과 연합해 막부로부터 정권을 탈환하며(혼슈편 주고쿠 부분 참조), 이 지역 출신 인물들이 정권의 중요 역할을 담당했고, 세계대전기에는 나가사키 등을 중심으로 군수산업이 발달했었다.



신화, 우동, 그리고 시코쿠(四国)


삿쵸 동맹을 이끈 사카모토 료마(왼쪽), 혼슈와 시코쿠를 이어주는 세토대교(오른쪽)


시코쿠는 세토 내해를 사이에 두고 혼슈와 마주 보고 있는 섬이다. 일본 열도의 주요 섬 중 가장 작은 섬이며, 카가와, 고치, 도쿠시마, 에히메의 4개의 현이 있다. 시코쿠라는 이름은 과거 율령국가 시절부터 4개의 율령국이 있었던 것에서 유래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잘 알려진 지역들은 아니며, 시코쿠에 어떤 현이 있는지도 모르는 일본인도 꽤 많다.


이곳은 역사보다는 일본 신화나 종교에 의미가 있는 지역이다. 이즈모 계열 신화에서는 아와지시마(효고현) 다음으로 만들어진 섬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계에서도 의미가 있는 지역인데, 헤이안 시대 진언종의 시조로 알려진 구카이의 고향이며, 그와 관련된 절을 돌아보는 순례길이 있다(시코쿠 88개소).


역사적으로는 고대에 도고 온천 등에 천황이 머물러갔다는 기록과, 근대에 도사번(지금의 고치현)의 사카모토 료마의 중재로 사쓰마번과 조슈번의 동맹, 이른바 '삿쵸 동맹'이 성립되어 메이지 시대를 열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특별한 대도시도 없고, 지역 경제도 혼슈에 매우 의존적이기 때문에 단독적으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흔히 사누키 우동이라 알고 있는 우동의 산지이기도 하다. 사누키는 지금의 카가와현 지역 일대에 있었던 율령국이다. 시코쿠는 혼슈와 규슈에 비해 훨씬 벼농사를 짓기 부적합한 지역이었던 탓에 밀을 주로 재배했다. 이런 환경적 요인과 당나라에서 들여온 제면기술이 더해져 지역 특색의 우동이 만들어졌다. 사실 사누키 우동도 현대에 들어 시코쿠라는 지역의 신비성과 결합되어 유행이 확산된 경향이 있다(기본적으로 우동은 서일본에서 주로 먹었다.).



우리가 아직 잘 모르는 섬, 규슈와 시코쿠


역사는 늘 중심을 기준으로 쓰인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이다. 혼슈를 중심으로 더욱 자세히는 긴키, 간토를 중심으로 일본사가 쓰였다. 혼슈 내에서도 주고쿠, 도호쿠와 같이 역사의 주변부였던 지역도 있으나, 아예 혼슈와 다른 섬이었던 규슈와 시코쿠는 그 주변성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규슈는 나가사키, 가고시마, 후쿠오카 등 주요 도시와 역사적 사건 덕에 일본이나 해외에서도 규슈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코쿠의 경우 기반 시설의 미비와 역사 등 문화콘텐츠의 미비로 국외를 넘어 국내에서도 시코쿠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다. 같은 주변부의 섬인 만큼 우리는 아직 이 섬들을 모르고, 또, 주변부의 섬임에도 불구하고 인식에 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혼슈를 아는 만큼 규슈와 시코쿠도 알게 된다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일본을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다음 시간에는 메이지 시대 이후 일본에 의해 병합된 지역, 홋카이도(北海道)와 오키나와(沖縄)에 대해서 탐구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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