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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잼 Oct 02. 2023

키워드로 보는 일본(11) - 신도

종교를 넘어 생활관습으로

일본 전체 신사의 총본산, 이세신궁(伊勢神宮)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 해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각 종교별 신자를 조사한 결과, 신도계와 불교계가 각각 8,700만 여명과 8,300만 여명으로 조사되었다(종교통계조사, 2022.).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은가. 일본 국민 수는 올해 8월 기준으로 약 1억 2,400만 여명으로 추계되었다(인구추계, 2023). 신도계와 불교계의 신자를 합하면 모두 1억 7천만 여명으로 일본 총인구수를 뛰어넘는다.


이러한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애초에 아시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도(神道)"라는 종교는 어떻게 생겨나 일본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일까. 또, 지금 현재 신도는 일본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종교이자 일본인의 생활양식인 신도에 대해서 탐구해보도록 하겠다.



애니미즘적 다신교로 출발한 고대 신도


신도는 고대,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며 자연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외부 세계로부터 "쌀"이 전래되면서 쌀에 대한 주식으로서의 욕구가 종교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벼농사를 지으며 맞닥드리는 자연의 흐름을 신의 움직임이라고 보고 숭배한 것이다.


특히 신도의 가장 큰 특징은 다신교라 할 수 있다. 야오요로즈의 신(八百万の神々)이라 하여, 신도에서는 온 세상 만물, 즉, 생물과 무생물, 심지어 자연 현상에도 저마다의 신이 깃들어 있고, 그것을 지배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


이후 야마토 정권이 들어서며 덴노의 권위를 드높이고자 덴노가 태양의 신인 아마테라스의 후손이라는 개념이 정착되었다(아마테라스는 태양의 신이자 일본 그자체로 보는 경우도 있다.). 나라 시대에 들어 외부세계에서 불교가 들어오며 신도는 새로운 종교를 맞이했다. 신도는 석가모니 등 불교의 인물들도 야오요로즈의 신의 개념을 적용해 신이라 생각하고 불교와의 결합을 꾀하는데, 이를 신불습합(神仏習合)이라 한다.



야아요로즈의 신


앞서 설명했듯 신도의 가장 큰 특징은 다신교이다. 세상 만물에는 신이 깃들어있고, 모든 것의 쓰임은 그것이 신으로써 인간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고대 일본인들은 신을 절대적 권력을 가진 존재가 아닌 인간과 친근한 존재로 보았다. 따라서 신들도 감정이 있고, 그 변덕에 따라 행동한다 생각하였고, 자연재해 역시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신의 행위에 수긍하는 관념을 갖게 되었다.


조상에 대한 인식도 다른 나라와는 달랐다. 일본에서는 집안의 어른이 죽으면 신이 되어 그 집안의 조상신이 된다고 믿었다. 흔히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를 통해 집안에 사진과 위패를 모시고 향을 피우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신사의 축소판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고인을 추모하고, 고인이 조상신이 되어 집안을 보호해준다는 관념이 자리 잡았다.



국가 신도와 관념화


1868년, 유신을 통해 성립된 메이지 신정부는 덴노 중심의 국민국가 형성을 위한 도구로 신도를 선택했다. 신불습합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던 신도와 불교를 분리하고(신불분리령, 1868), 덴노를 살아있는 현인신(現人神)라 하여 일본의 정점이라 선전했다. 이와 함께 지방 비주류 신도도 모두 국가 신도로 편입하여 사상과 체계를 단일화한다.


이러한 사상은 덴노에 대한 절대 복종과 일본인 전체를 일본이라는 근대 국가의 일원으로 통합하는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덴노를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형태의 국가 체계를 형성하기 위해 신도를 이용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는 결국 근대 일본의 수많은 전쟁에 일본 국민이 협조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후 1945년 일본이 패전하고, 연합군최고사령부(GHQ)는 덴노를 정점으로 하는 국가신토가 일본을 전쟁으로 밀어넣은 원인이라 진단, 이를 폐지한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며 신도는 국가신도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셈이다.


현대에 들어 신도는 하나의 전통문화이자 관념으로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교법인으로서 운영되고 있긴하지만, 실제 일본인들은 신도를 종교라고 인식하는 모습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정월에 신사에 참배를 드리고, 여름에 마쓰리를 즐기며, 아이가 태어났을 때 신사로 나들이 가는 모습까지. 이 모든 것이 종교적 행위가 아닌 전통문화이자 관습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앞으로 신도는 어떠한 모습으로 남을까. 적어도 종교적 모습이 강해지기 보단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로써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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