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일본화
인도에서 시작된 불교는 동남아에서 상좌부 불교로,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에서 대승 불교로 전래되었다. 중국에서 도교 등의 현지 신앙과 결합되어 발전한 불교는 한반도로 전래되었고, 머지않아 아시아의 끝인 일본에까지 전래되었다.
일본은 여타 동아시아의 나라처럼 지금까지 불교계 사찰들이 남아있고, 또, 신도만큼 불교 신자수를 보유하고 있다(신도와 불교의 신자수를 합하면 일본 총인구수를 뛰어넘는다.). 그만큼 일본 역사에 있어 불교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에서 불교가 들어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변한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 현대 일본에서 불교가 가지는 의미, 신도와의 관계에 대해서 탐구해 보록 하겠다.
왕권 강화로 시작된 일본 불교
일본에 불교가 전래된 것은 6세기 아스카 시대로 알려져 있다. 쇼토쿠 태자가 백제와 고구려로부터 들여온 것이 유력한 설이다. 한반도 삼국이 그랬듯 일본에서도 불교는 '왕권 강화'를 목적으로 들여와졌다. 새로운 종교에 대한 귀족과 일반 백성의 반발이 심했고, 토착 신앙인 신도와의 대립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실은 약화되는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불교를 적극 수용하였고,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고 백성들의 행복을 기원한다는 명목으로 전국 각지에 호국사(護国寺)를 세웠다. 대표적인 곳이 나라현에 위치한 도다이지이다. 도다이지 건립과 함께 대불도 동시에 주조하며 더욱 적극적으로 불교를 장려했다.
신불습합, 신이 된 부처
헤이안 시대가 되면서 일반으로도 불교가 퍼지며 신도와의 대립 역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신궁사(神宮寺)다. 신궁사는 신사에 불교의 부처를 다양한 형태의 신으로 모신 것으로 신도가 불교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불교 역시 신도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본래 불교는 신을 모시는 종교가 아니다. 수양으로 개인의 해탈을 이루고자 하는 종교이다. 그러나 신도는 다신교이다. 이러한 교리의 충돌로 불교는 부처를 신도에서 말하는 팔백만의 신 중 하나라고 받아들인다(호법신선설).
이로써 신사에서는 부처를 신으로 모시는 신궁사가 설립되었고, 불교 사원 근처에도 신사들이 건립되었다. 이러한 두 종교의 양립은 서로를 견제하는 형태가 아닌 서로를 상호 보완하는 형태로 민중에게 다가갔다.
현대에도 신도와 불교의 신자수가 비슷한 것 역시, 신불습합의 영향으로 보아야 한다. 태어나면 신사에 이름을 올리고, 조상의 위패를 모시기 위해 불교 사원에 이름을 올리게 되니, 신도와 불교에 중복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무사의 교양, 서민의 생활
무사들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며 불교는 무사의 교양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본 불교의 종파인 선종의 교리가 무사의 전투정신과 일치했고, 불교를 통해 발전한 다도 역시 무사라면 필수적으로 배워야 하는 교양으로 여겨지며 밀접한 관련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일본의 마지막 막부 정권인 에도 막부까지 이어져, 무사 계급뿐 아니라 일반 서민층에도 불교의 영향력이 확대되었다. 에도 막부는 세대 별로 특정 사원(단나데라)에 소속하게 하여 민중을 관리하는 사청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이로 인해 일반 서민들은 타 지역으로 여행을 하기 위해선 단나데라에서 데가타라는 일종의 여행허가증(혹은 신분증)을 발급받아야만 했다.
근대화와 불교의 몰락, 그리고 현대 일본의 불교
메이지 유신 이후 신도를 국가신도로 개칭하여 국교로 삼은 정부는 신불분리령을 발표한다. 이 때문에 메이지 초기에는 전국 각지에서 불교를 없애고, 부처의 가르침을 버려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불상과 경전은 물론이요 불교 사원 자체가 파괴되는 일을 겪으며 불교는 한순간에 세력을 크게 잃게 된다(폐불훼석).
전후 불교는 국가의 탄압으로부터 벗어났지만 근세의 위상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불교 사원은 종교적인 장소보다는 문화재적 성격이 강해졌다. 13세기 이후 장례식은 불교식으로 화장을 하는 풍습이 정착하며(장제불교), 현대의 일본인에게 불교란 삶의 끝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렇듯 불교는 일본에 전래된 이후 일본 사회에 많은 족적을 남겼다. 그러나 일본이 불교화가 되었다 하기보다는 불교가 일본화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앞으로도 일본에서 불교는 장제 불교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그 어떤 교리보다 돌아간 사람에 대한 예와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일본인의 마음이 일본 불교를 지탱하는 원동력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