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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잼 Oct 23. 2023

키워드로 보는 일본(13) - 일본인과 종교

종교인가 관습인가

오미야마이리를 다녀온 가족(사진 출처: 나가노현 고코쿠신사 HP)


일본의 종교 분포를 살펴보면 신도와 불교가 비슷한 비율로,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 기독교나 이슬람교 등의 종교가 비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신흥종교 중에서도 신도나 불교에서 파생된 종교들이 많다. 그만큼 일본 사회에서의 신도와 불교의 영향력은 매우 강하다.


그러나 일본인의 일생을 자세히 살펴보면 종교 간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해도 좋을 만큼 다양한 종교의식을 치른다. 태어날 때에는 신사에 인사를 드리고, 결혼은 교회에서 기독교식으로 하고, 장례는 불교식으로 한다.


그렇다면 일본인의 일생에서 각 종교들이 영향을 주는 의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본 글에서는 일본인의 일생과 종교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종교 별로 어떤 의식을 치르는지에 대해 탐구해 보도록 하겠다.



신도, 시작의 종교


신도는 일본인에게 있어 시작과 관련 있다.


먼저 태어난 지 30일이 지나면 갓난아이와 함께 첫 신사 참배를 다녀오는데, 이를 오미야마이리(お宮参り)라 부른다. 신사에 모셔진 신에게 아이가 태어난 것을 신고하는 것과 동시에 아이가 살게 될 지역사회에 새로운 공동체의 일원이 태어났음을 알리는 의식이다.


이후 아이가 더 자라면 시치고산(七五三)이라는 행사를 연다. 3, 5살이 된 남자아이와 3, 7살이 된 여자아이를 신사에 데려가 참배하며 건강하게 자란 것을 축하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본래 "7살이 되기 전까지는 신의 아이다."라 하여 7살 이전에 아이가 죽게 되면 본래 부모인 신에게 돌아간 것이라 믿었다. 7살이 되어서야 신이 내려주신 진짜 자식이라 하여 건강히 잘 자라준 것에 고마움을 표하는 의식인 것이다.


보통 아이에게 기모노를 입히고 신사에서 참배를 하거나, 기념사진을 찍거나 한다. 또, 아이들이 엿가락처럼 오래 살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치토세아메(千歳飴)를 선물로 주기도 한다.


시치고산에서 아이들에게 주는 치토세아메(千歳飴)



기독교, 소수 종교이자 혼례 종교


일본 내 기독교 신자는 2021년 기준 약 191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5% 정도이다. 전체 인구의 20%가 기독교를 믿고 있는 우리나라에 비해서도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로 소수 종교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일본에 기독교가 처음 들어온 것은 16세기 초반, 포르투갈 선교사에 의해서 들어왔다. 그러나 에도 시대 금교령으로 일본 내 기독교는 철저하게 탄압당했고, 메이지 시대 금교령이 해제될 때까지 이름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다.


이 같은 기독교에 대한 금기시와 메이지 시대 이후 국가 신도의 발전으로 인해 근대 이후에도 기독교는 일본 내에서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



현대로 들어와 기독교는 종교로서 의미를 갖기보단 관혼상제적 의미가 더 강해졌다. 교회 역시 신앙을 위한 교회와 "결혼식"을 위한 교회로 분리되었다. 현대 일본에서 교회라고 하면 결혼식을 위한 장소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불교, 맺음의 종교



일본에서 불교는 장제 불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 사람의 맺음과 연관이 있다. 불교 편에서 언급했듯 13세기 이후 일본의 장례는 불교의 관례에 따라 화장을 하는 것이 정착되어 현재까지 화장을 하고, 절에서 스님이 나와 독경을 하는 장례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장례는 일반적으로 절이나 장례식장에서 불교식으로 진행한다. 첫날에 고인의 장례를 치르기 전 가족 친지들이 모여 고인을 지키는 의식인 쓰야(通夜)를 진행한다. 그다음 날 고별식을 통해 고인과의 이별 의식을 치른다.


이후 우리의 제사에 해당하는 호지(法事)를 매년 치른다. 이 역시 불교 관습으로 고인의 기일에 가까운 일요일 집이나 절에서 가족 친지가 모여 스님의 독경을 하는 형식이다. 이후 함께 식사 등을 하며 고인에 대한 추억을 얘기한다.


불교식으로 치르는 만큼 7일 단위로 심판을 받아 49일째가 되는 날 다음 생에 갈 곳이 정해진다 믿는다. 이에 오칠일(35일째)와 칠칠일(49일째)에 가족 친지가 모여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49일 이후에 집이나 장지에 납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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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본에서 종교는 현대에 이르러 신앙의 의미보다 관혼상제와 관습의 일종으로 전해지고 있다 할 수 있다. 이는 신도의 영향으로 사방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생각과 함께 절대적인 유일신을 섬기기보단 주변의 신들과 어울려 자연이치에 순응하는 정신이 일본인에게 깃들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국의 경우 토착 애니미즘에서 불교, 도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가 들어와 이를 절대적으로 섬기는 신앙 중심의 종교관이 발전하였으나, 일본의 경우 똑같이 토착 애니미즘으로 시작해 불교, 기독교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신도라는 독자적 종교관과 점차적으로 신앙이 아닌 관습 중심의 종교관이 발전한 것은 차후 새로이 비교, 탐구해갈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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