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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잼 Dec 27. 2023

키워드로 보는 일본(18) - 온천

자연과 함께하는 휴양지

일본의 대표적인 온천 중 하나인 군마현(群馬県)의 쿠사쓰 온천(草津温泉)



일본 여행 수요가 늘며 일본을 다양하게 즐기고자 하는 이들도 함께 늘고 있다. 그러나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본 여행에 대한 로망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온천이 아닐까. 여행의 피로를 녹이기도 하고, 탕에 들어가 담소를 나누거나 자연을 즐기기도 하며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일본인에게도 있어 온천은 일상에서 벗어나 떠나는 여행지이자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일상을 새로이 시작하는 장소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인은 언제부터 온천을 즐기기 시작했을까. 그리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온천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온천에 대해 탐구해 보도록 하겠다.



탕치와 시욕, 일본 온천의 시작


본래 신도에서는 케가레(汚れ)라 하여 마음의 더러움과 죄를 목욕으로 씻어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미소기(禊)는 케가레를 씻어내는 것, 유고리(湯ごり)는 케가레를 온천수로 씻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풍습의 영향과 일본 열도의 지형적 특성으로 온천은 고대부터 발달했고, <일본서기>에는 아스카 시대 때 덴노가 효고현의 아리마 온천에서 탕치를 한 기록도 존재한다.


7세기 이후 불교의 영향으로 목욕탕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불교 사원에 증기 목욕을 할 수 있는 온실과 욕조가 있는 욕실을 만든 것이다. 사원에서 가난한 이들, 환자, 죄수를 위해 사원의 온실과 욕실을 개방해하는 시욕(세요쿠·施浴)을 하며 일반 서민층에도 목욕이 성행했다.



서민 여행의 확산과 온천 여행


에도 시대 상업이 발달하고 서민층의 부가 축척 되며 여행 문화가 발달하게 된다. 처음에는 종교 성지 방문을 중심으로 한 단체 여행이 주였지만 에도 중기에 접어들면서 전국 각지의 이름난 온천을 다니는 여행이 등장한다. 에도 시대 <온센키코>라는 책에서는 각 온천의 효능과 위치, 정보 등 지금으로 치면 온천 가이드북이 발간되기도 했다.


이러한 여행은 현대까지도 이어져 회사의 사원여행이나 계모임 여행 등 단체 여행을 중심으로 온천 여행이 성행하고 있다. 낮에는 온천 근처의 레저 시설을 즐기고 밤에는 온천에서 몸을 푼 뒤 연회장 등에서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 온천 여행의 정석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본 전국의 주요 온천


1. 쿠사츠 온천(군마현)

군마현에 위치한 온천으로 일본에서 자연 용출량이 가장 많은 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로 꼽힌다. 주성분이 황산화물로 되어 유황 냄새가 특히 심한 곳이다. 가마쿠라 시대 막부의 초대 쇼군인 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현의 게로 온천(왼쪽)과 오이타현의 벳푸 온천(오른쪽)


2. 게로 온천(기후현)

기후현에 위치한 일본 3대 온천 중 하나. 알칼리성 단순 온천으로 일본 온천 중 가장 흔한 온천수다. 나고야 지역을 여행하며 가보기에 적당하다.


3. 벳푸 온천(오이타현)

한국 관광객들이 규슈를 찾으면 자주 찾는 온천. 지고쿠메구리라 하여 매우 뜨거운 다양한 종류의 온천을 즐기는 관광 코스가 인기다. 이외에도 한집 건너 한집이 온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가정집 혹은 목욕탕 같은 곳에서도 온천을 즐길 수 있다. 벳푸가 속한 오이타현은 환경성 자료에 의하면 일본에서 가장 많은 온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홋카이도의 노보리베쓰 온천(왼쪽)과 효고현의 아리마 온천(오른쪽)


4. 노보리베쓰 온천(홋카이도)

홋카이도 동남부에 위치한 온천 도시. 홋카이도 온천이라고 하면 이곳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메이지 시대 이후 홋카이도가 일본 정부에 의해 개척되며 온천 관광지로 개발되어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5. 아리마 온천(효고현)

효고현 고베시 북부에 위치한 온천. 탄산 온천으로 유명하다. <일본서기> 등에 따르면 고대 덴노나 에도 막부의 쇼군이 이곳에서 온천을 즐긴 기록이 있다. 고대부터 명천으로 인정받아 에도 시대에는 천하의 3명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한다. 






앞서 지난 글에서는 일본의 목욕 문화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목욕 문화의 연장선상에서 일본의 온천의 역사와 발전 과정, 종류에 대해 살펴봤다. 일본인에게 있어 목욕은 고대의 종교 풍습에서 시작하여 현대에는 오락과 여행 등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충전하는 의미로 발전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온천의 역사를 돌아보면 몸과 마음의 부정한 것을 씻어내는 미소기 혹은유고리의 풍습이 한결같이 이어져온다고 할 수 있다. 고대에는 그것이 종교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면 현대에는 일상의 피곤함과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새롭게 일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원동력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기에 일본인에게 있어 온천은 목욕과 함께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자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일상의 목욕과 여행의 온천은 주기나 그 양상이 달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의미를 가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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