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준비하는 의식
일본인은 목욕을 좋아한다. 좋아한다를 넘어 일종의 의식이라 생각될 정도다.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일과를 마무리하며 목욕을 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단순히 몸만 씻는 샤워가 아닌 욕조에 물을 받아 오랫동안 몸을 담그는 것이다.
세계 어느 곳을 찾아봐도 일본인만큼 몸을 탕에 오래 담그는 목욕을 자주 하는 곳은 보기 드물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인에게 목욕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일본의 목욕 문화의 특징과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오후로(お風呂)에 들어가다
일본 드라마 또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お風呂に入ってくる"라는 대사를 심심찮게 살펴볼 수 있다. 이는 직역하자면 오후로, 즉 욕조에 들어갔다 오겠다는 의미이며, 한국어로 의역하자면 씻고 오겠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다른 나라와는 다른 일본인의 목욕 문화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보자.
①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
일본에서는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그리고 취침 전에 목욕을 하게 된다. 의식이라고까지 하는 것은 과언일지 모르지만 목욕이라는 과정을 통해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다음 날을 위해 몸을 푸는 것이라 생각하면 의식에 준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② 가족 모두가 한 물에서
가정집에서는 저녁 시간이 되기 전 욕조에 물을 받아둔다. 그리고 그 물을 가족 모두가 돌아가며 사용한다. 이 때문에 욕조에 들어가기 전에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 것이 보통이다. 또, 전통적으로 입욕 순서가 있는데 손님이 있다는 가정하에 손님이 가장 먼저 목욕을 한 뒤, 아버지, 아들, 딸, 어머니의 순으로 목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③ 분리된 욕실과 화장실
일본 주택의 특징 중 하나를 꼽는다면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된 것이다. 일본인이 해외여행을 하면 대부분의 나라가 욕실과 화장실이 하나인 것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는 하루의 피로를 푸는 오후로가 있는 욕실과 용변을 보는 화장실을 정반대의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집을 구하면 같은 크기의 원룸이라 하더라도 욕실과 화장실이 분리돼있냐에 따라 월세가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본인의 목욕 문화는 온천이 발달한 일본 지형의 영향을 받아 오랜 역사를 거쳐 발전해 왔다. 또한 습하고 더운 기후를 가진 만큼 목욕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발전한 문화인만큼 일본인에게 있어 목욕이라는 행위는 특별함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마다 하루의 피로를 푸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인에게만큼은 목욕이라는 행위 자체가 하루의 피로를 푸는 의식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몸을 청결히 하고 욕조에 들어가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며 정신을 청결히 하는 것이 목욕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 글에서는 일본의 목욕 문화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온천과 그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