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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잼 Feb 14. 2023

동성혼을 둘러싼 일본 사회의 인식

아라이 전 총리비서관의 발언 사건을 통해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은 국내 대학에서 일본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부생으로 글의 내용과 실제 사실이 맞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본인의 전공 지식이 부족한 경우이니 댓글을 통해 피드백을 남겨주시면 본인의 배움에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시다 총리(왼쪽)와 아라이 전 비시관(사진 출처: 마이니치 신문)


이달 초 기시다 총리를 향한 악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총리 비서관이었던 아라이 비서관이 동성혼에 대해 '보는 것도 싫다'며 차별적 발언을 한 것이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다음 날 곧바로 아라이 비서관을 경질하고, 해당 발언을 정권의 이념과는 다른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향한 정치권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입헌민주당(제1야당) 이즈미 대표는 기시다 내각이 포용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국정철학을 언급하며, 경질은 당연하며 경질 자체가 늦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같은 당의 아즈미 국회대책위원장은 아라이 전 비서관의 발언을 '지극히 차별적인 폭언'이라며,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기시다 내각의 인사 문제를 비판했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동성혼의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동아시아 전체로 확대한다면 타이완만 동성혼을 법제화(2019) 했을 뿐 주요국인 한국, 중국, 일본 모두 동성혼의 법제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동성혼을 법제화하지 않은 것 역시 일본이 유일합니다. 개인적인 전망으로 동아시아에서 타이완 다음으로 동성혼 법제화가 이루어지는 나라는 일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본 글에서는 일본의 동성혼 현황과 사회적 인식, 법제화 논의에 대해 탐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에서 동성혼은?


일본에서 동성애는 중세 이전 불교에 귀의한 귀족 남성들로부터 시작되어 무사 계급으로 확산된 것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가마쿠라 이후 무사 계급이 일본의 지도층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며, 미소년을 첩이나 애인으로 두는 것이 권장되었습니다. 이는 잦은 전쟁으로 여성이 함께할 수 없는 무사들의 특성상 자연스레 확립된 문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세 무가의 동성애는 보편화되어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경우, 남자 첩 혹은 애인을 두지 않고 여자만 찾는다며 신하들이 제언을 하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에도시대에는 민간에까지 동성애가 확대되었고, 이러한 동성애 풍습은 메이지 시대 법치주의가 확립되며 자연스레 소멸되었습니다. 메이지 신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들은 서양을 모델로 통치체제 및 질서를 확립했기 때문에, 당시 서양에서 금지시하던 동성애를 일본 역시 비문명적인 것이라 받아들여 법률로 금지했습니다.(개정율례 제266조, 1873) 이 규정은 메이지 형법이 시행된 1882년에 폐지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일본 내 동성애 풍습은 점차 사문화되어 갔습니다.


이후 동성애 풍습은 점차 음지화 되었고, 2000년대 이전까지 에이즈 및 HIV의 확산 등에 의해 좋은 인식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하는 강력 사건이 잇따르며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 의식이 고조되기 시작하였고, 2003년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죠시에서 동성애자 인권 조례를 시행하며 본격적인 존중 및 인권 개선 여론이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이에 발맞추어 2015년 도쿄도 시부야구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파트너십 증명서 제도를 시작했습니다. 이 제도는 법률 상 결혼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병원 등에서 보호자로 인정받는 등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는 제도입니다. 현재 2023년 2월 기준으로 259개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 제도를 통해 파트너십 증명서를 발급받은 커플은 2022년 12월 31일 기준 4,186쌍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후 성소수자(LGBT)에 대한 이해증진 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번 아라이 비서관 사태 이후 방송 된 NHK 일요토론에서는 자민당을 제외한 야당 전체가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구했습니다. 여당인 자민당은 당론을 새롭게 정리한 다음에 추진할 방침이라며 야당보다는 한걸음 떨어진 입장이었습니다만,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가능하면 G7 히로시마 회의(5월 예정) 개최 전에 통과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 여당 내에서도 논의가 더욱 촉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동성혼을 둘러싼 법제도


앞서 설명한 것처럼 현재 일본 국회에서는 LGBT 사람들에 대한 이해증진법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이 법은 이념법으로 LGBT 사람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다만, 다수당이자 여당인 자민당이 "차별금지"와 같은 문구가 담기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등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자민당은 동성혼과 함께 부부가 선택적으로 성을 다르게 쓰는 '선택적 부부별성'도 반대하고 있음) 기시다 총리도 "가족관이나 가치관, 사회가 '변해버리는' 과제"라고 표현할 정도로 자민당 내에서 동성혼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G7 가운데 일본이 유일하게 동성혼이 법제화가 되지 않은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일본이 뒤쳐지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LGBT 사람들에 대한 이해증진법이 통과되더라도 곧바로 동성혼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헌법입니다. 일본국헌법 제24조에 따르면 "혼인은 양성의 합의만을 바탕으로 성립하며, 부부가 동등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을 기본으로, 상호협력에 의해 유지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법조계의 주류 의견은 이 조항의 "양성의 합의만을 기반으로"라는 부분에 의해 동성혼을 법제도 안으로 포함시킬 수 없다는 의견을 말하고 있습니다.(이는 한국 역시 헌법 제36조가 동성혼 제도가 위헌이라는 근거로 쓰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이 규정은 "'양성평등과 부부간 동등한 권리를 바탕으로 결혼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개헌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동성혼에 대한 재판도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습니다. 동성혼을 불허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내용이 주요한데, 최근 국가의 위자료 책임에 대해서는 기각하지만,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 자체는 위헌이라는 내용의 판결이 잇따라 나오는 것도 주목할만한 점입니다.




일본에서 동성혼은 정착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설명한 것을 근거로 일본에서 동성혼이 정착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은 '아직은 힘들지만 가까운 미래에 시행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자민당이 아직 반대를 하고, 동성혼 제도 자체가 위헌 시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될 것이라는 의견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여론입니다. 이번 아라이 비서관 사태 직후 교도통신에서 긴급 여론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보면, 동성혼을 인정하는 편이 좋다는 의견이 64%였습니다. 또, 기시다 총리가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가족관이나 가치관, 사회가 '변해버리는' 과제"라고 답변한 것에 대해서 57.7%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아사히 신문이 2015년 동성혼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인정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41%였던 것을 고려하면 동성혼에 대한 호의적 여론이 확대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위치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G7 국가 중 동성혼을 법제화하지 않은 나라는 일본이 유일합니다. 메이지 이후 일본은 '선진국'으로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춰야 한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 LGBT 이해증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야당의 논리도 일본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하고, 일본의 국가 이미지 향상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일본 사회의 독특한 가족관입니다. 일본은 '이에(家)'라 하여,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한 식구가 될 수 있다는 풍습·관념이 있습니다. 양성 간의 결혼이라는 법제도 하에서 공인되는 관계가 아니라도, 동성혼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받아들이기 용이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본만의 독특한 가족관은 혈연관계 및 유교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은 한국에 비해 일본이 성소수자에 조금 더 관대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라이 비서관 발언 사태를 통해 일본 내 LGBT 차별금지 및 동성혼에 대한 논의는 전보다 활발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시다 내각이 포용과 다양성을 국정철학으로 말한 만큼 이번 사태는 내각에 상당한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과연 기시다 내각이 국정철학처럼 LGBT 사람들에 대해서도 포용과 다양성을 존중할지, 아님 당내 여론처럼 계속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지도 주목해 볼 만한 부분입니다. 더욱 나아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위해 일본이 동성혼을 법제화할지, 일본이 동성혼을 법제화할 경우 이에 따른 한국의 동성혼 논의는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해 봐야겠습니다.




참고기사


岸田首相 同性婚「見るのも嫌だ」などと発言の荒井秘書官 更迭(NHK, 2023/02/04)

https://www3.nhk.or.jp/news/html/20230204/k10013970711000.html?utm_int=nsearch_contents_search-items_019


LGBTの人たちへの理解増進 議員立法めぐり議論 NHK日曜討論(NHK, 2023/02/12)

https://www3.nhk.or.jp/news/html/20230212/k10013978601000.html?utm_int=nsearch_contents_search-items_001


同性婚導入、賛成64% 内閣支持横ばい、共同調査(共同通信, 2023/02/13)

https://news.yahoo.co.jp/articles/191655d202db36a8b8ab7f65f6cd2abcce8fad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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