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는 생명이고 이야기이자 역사이다. 단순히 맛있고 달달한 술을 원했다면 칵테일을 마셨을 것이다. 그 편이 나의 낮은 주량에도, 지갑에도 더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위스키를 선택한 것은 단순한 맛 때문 만은 아니었다. 물론 위스키는 너무나도 맛있다. 맛이 없었다면 위스키를 첫 잔 마시고 다시는 쳐다보지 않았을 것이다.
한 잔의 위스키에는 많은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있다. 스코틀랜드 기준으로 '위스키'라는 이름으로 술이 출시되기 위해서는 최소 3년의 숙성을 거쳐야 한다. 숙성은 위스키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숙성만으로 위스키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보리가 싹을 틔어야 하고, 그 보리를 말려야 하며, 당화와 발효, 증류의 과정을 거쳐야 오크통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 후 오크통 속에서 여러 해를 보내고, 마스터 블렌더의 지시에 따라 여러 오크통 속의 위스키들이 섞여 병입 되고, 수출되어 한국에 도착하고, 리쿼샵과 바에 전시되고, 그것을 나는 마실 수 있게 된다.
위스키를 더 잘 즐기기 위해서는 이러한 여러 과정들을 눈으로 보고 경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는 너무 멀었다. 하지만 옆나라 일본에도 위스키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위스키가 있고, 공식 투어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하지만 조금 더 레거시를 가진 증류소를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야마자키 증류소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야마자키 증류소 투어는 매월 정해진 날짜에 신청을 하면 그중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들이 갈 수 있다. 투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마침 7월 투어 신청의 마지막 날이었다.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투어를 신청했다.
처음엔 당첨되지 않았다는 메일을 받았고, 다음 달을 기약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취소표에 당첨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당시 나는 여권도 없는 상태여서 바로 여권을 발급하고 항공권을 예약하려던 차에 다른 증류소들도 가보고 싶어졌다. 일본에서 투어가 가능한 여러 증류소를 알아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증류소가 있었다. 일단 야마자키는 확정된 상태였고, 도쿄가 가보고 싶었기에 비교적 도쿄 인근에 있는 하쿠슈도 예약을 신청했고, 다행히 당첨되어 나의 여행은 오사카에서 출발하여 도쿄에서 끝내는 루트가 되었다. 오사카에서 도쿄로 가는 루트 근처에 있는 여러 증류소 중 고텐바에 있는 기린 증류소를 추가로 예약했고, 시즈오카에 있는 시즈오카 증류소도 가고 싶었지만, 내가 시즈오카로 이동하는 날 투어가 없었기에 예약하지 못했다.
이번 여행은 정말 위스키를 위해 계획되었다. 증류소를 가는 교통편과 숙소 외엔 전혀 알아보지 않았고, 딱히 하고 싶은 것이나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그렇게 위스키를 위한 나의 일본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