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위스키가 된다-(1)야마자키

by 보통의 기억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저녁시간이었기에 공항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해외까지 가서 왜 햄버거를 먹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해외에서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를 가는 것을 좋아한다. 햄버거를 먹고 미리 예약해 뒀던 JR패스를 발권해서 교토로 바로 이동했다. 이미 해가 진 늦은 시간이었기에 숙소를 체크인하고 바로 잤다.


간사이 국제공항 맥도날드에서 먹은 햄버거
JR 교토역
교토의 거리

다음 날 아침 기차를 타고 야마자키 역으로 이동했다. 교토역에서 야마자키역 까지는 20분 정도 걸렸다. 야마자키 역에서 조금 걸어가다 보면 야마자키 증류소의 모습이 보인다. 증류소 입구에서는 커다란 증류기가 방문자들을 반겨준다. 이곳이 증류소임을 보여준다. 증류기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매우 반가웠다. 좀 더 걸어가면 방문자 센터가 나온다. 방문자 센터에서 예약자 확인을 하고 투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방문자 센터를 들러보기로 했다. 1층엔 유료 테이스팅이 가능한 바가 있었고, 다양한 위스키 원액들과 위스키가 전시되어 있었다. 2층엔 투어 대기 장소와 기념품 샵이 있었다. 기념품샵에는 옷, 잔, 코스터, 야마자키 DE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야마자키 증류소의 입구
증류소 입구에 있는 증류기

야마자키에는 영어 투어도 있었기에 영어 투어에 참여했다. 투어는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당화, 발효, 증류, 숙성이 이루어지는 곳들을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본 당화통은 생각보다 매우 컸다. 당화는 분쇄한 몰트에 뜨거운 물을 넣어 전분을 당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전분은 여러 개의 포도당이.결합한 형태인데, 효소의 가수분해를 통해 맥아당이 된다. 맥아당이 더 가수분해되면 포도당으로 분해된다. 알코올 발효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당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당화 과정이 필요하다.

다음은 발효 차례다. 당화 과정을 통해 생성된 당은 효모의 발효를 통해 알코올로 변한다. 앞서 당화를 통해 생성된 포도당과 맥아당이 효모에 의해 에탄올로 발효된다.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알코올의 도수는 약 7에서 10도 정도이다. 증류 기술을 사용하기 전에는 이 정도 도수의 술들을, 아직도 발효주를 마시긴 하지만, 사람들이 마셨을 것이다.

발효된 보리들은 이제 증류기로 넘어가게 된다. 우리도 그에 따라 증류기를 보러 갔다. 증류기가 있는 공간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밖에서 사진을 찍었다. 매우 많은 증류기가 있었다. 내부는 매우 더웠다. 몇몇 증류기들은 실제로 증류가 가동되고 있었다. 증류를 통해 만들어지는 뉴 몰트들은 도수가 70도에 달한다고 한다. 예전에 킬호만 시음회에 참여했을 때, 몰트 스피릿을 마셔본 적이 있는데 몰트 스피릿에서도 킬호만 특유의 느낌이 느껴졌었다. 유료 시음 때 이 뉴 몰트를 마셔볼 수 있다고 하여 마셔보기로 결심했다.

증류기의 모습. 반대편에도 증류기들이 있다.

증류가 된 뉴 몰트들은 오크통 속에서 발효된다. 이번 투어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위스키가 발효되고 있는 오크통들을 보관해 놓은 숙성고였다. 창고는 매우 서늘했고, 위스키 향이 가득했다. 몇 시간 그곳에 있었다면 분명 취했을지 모른다. 사방에 놓여 있는 다양한 오크통들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특히 숙성고 내의 오크통들을 직접 두드려보고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줬는데, 이는 매우 진귀한 경험이었다. 야마자키 증류소 투어에 있어서 시음보다도 숙성고를 구경하는 것이 더욱 하이라이트였다. 오크통에는 숙성을 시작한 연도가 있었고, 나와 같은 연도에 숙성되기 시작한 오크통도 있었다. 내가 태어나 여러 일들을 겪으며 지금 이 나이가 되는 동안 그 오크통 속의 위스키는 오크통 속에서 숙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숙성고의 오크통들
나와 생년이 같은 오크통

오크통 속에서 숙성된 위스키들은 마스터 블렌드의 비율에 따라 섞이고 병입 되어 우리가 마시는 위스키가 된다. 숙성고에서의 황홀했던 경험을 뒤로하고 유료 투어 참가자들을 위한 시음 공간으로 이동하였다. 시음에 제공된 위스키는 화이트오크, 와인캐스크, 미즈나라캐스크에서 숙성한 위스키들과, 야마자키 DR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러 캐스크에서 숙성한 위스키들을 마시며 역시 미즈나라 캐스크가 매우 매력적임을 느꼈다. 미즈나라 오크는 가공이 어렵고 엔젤스 셰어도 많은 편이며, 필요 숙성 연도도 긴 편이라 이 오크통을 쓴 위스키는 가격이 비싸다. 그럼에도 미즈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향과 맛이 있기에 한 번쯤은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음회에서는 위스키 테이스팅 방법, 위스키가 가지고 있는 향과 맛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또한 하이볼 레시피를 알려주어 하이볼도 직접 만들어 마실 수 있었다.

유료 투어 참가자들을 위한 시음공간

시음회까지 해서 공식적인 투어는 종료된다. 그 후 나는 유료 시음이 가능한 바로 이동했다. 야마자키 25년을 22,000엔으로 시음이 가능했는데, 친한 형은 그 돈이면 무조건 시음해야 된다고 했다. 25년을 저 가격에 마실 수 있는 기회는 확실히 없긴 하다. 그럼에도 20만 원은 너무 큰돈이었고, 고민 끝에 뉴 메이크 몰트 스피릿과 야마자키 18년을 시음했다. 뉴 메이크 몰트 스피릿은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웠다. 이 스피릿이 다양한 오크통 속에서 숙성되어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닐 수 있는 가능성을 상상하니 즐겁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다. 야마자키 18년을 마셨을 때 첫 느낌은 너무 맛있다였다. 향이 어떻고, 맛이 어떻고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냥 맛있는 위스키였다. 하지만 몇 번 더 마셨을 때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맛은 있지만 재미는 없는 위스키였다. 사실 야마자키 위스키의 특징이 높은 완성도와 밸런스인데, 이는 다르게 말하면 튀는 향과 맛이 없다 보니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18년이라는 숙성 연도만큼 깊은 향과 맛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증류소에서의 가격을 생각하면 마시길 잘했다고 생각을 하지만, 일반 시중 바에서는 아마 마시지 않을 것 같다.

야마자키는 벌써 100년이 넘은 증류소이다. 긴 역사만큼 분명 매력 있고 맛있는 위스키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야마자키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번 투어를 통해 더욱 친해진 느낌은 있다. 후에 다른 증류소들을 투어하며 느낀 것인데, 증류소의 교통적 접근성과 영어 투어의 존재는 투어하기에 매우 뛰어난 증류소이다. 오사카는 특히 한국에서 방문하기 편한 도시이기 때문에 위스키에 크게 관심이 없더라도 야마자키 증류소 투어는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위스키를 좋아한다면 꼭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내가 숙성고에 들어갔을 때 느꼈던 그 행복은 다른 위스키 애호가들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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