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다음 날 고텐바로 향했다. 시즈오카에서 고텐바까지는 약 2시간 저도 걸렸다. 증류소로 가는 셔틀버스가 고텐바역 앞에 오는데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주변의 카페에 가서 커피를 주문했다. 700엔이었는데 작은 종이컵에 냉장고에 있는 커피를 부어주었다. 충격에 할 말을 잃었다. 시간이 되어 셔틀을 타고 증류소로 이동했는데 셔틀에 탑승한 사람은 나 포함 두 명이었다. 사실 나도 이번 일본 증류소 여행을 계획하며 기린 고텐바 증류소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기린은 맥주로 유명한 주류회사이기에 위스키를 만드는지 조차 몰랐는데, 최근에 한국에도 이 증류소의 위스키가 수입되고 있었다.
셔틀을 타고 시골길을 지나 기린 증류소에 도착했다. 예약 확인을 하고 키오스크에서 투어권을 발급했다. 야마자키와 하쿠슈 같은 경우에는 예약을 할 때 미리 결재를 했으나, 기린은 증류소에서 직접 결재를 해야 했다. 투어 시작 전까지 방문자 센터를 구경했다. 야마자키와 마찬가지로 증류소에서 생산된 다양한 위스키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번 투어는 일본어로 진행됐다. 외국인을 위해 영어 오디오 가이드가 가능한 기기를 제공해 준다. 다행히도 위스키에 대한 설명인 데다 가이드의 일본어가 알아듣기 좋았기에 오디오가이드를 많이 사용하진 않았다.
기린 증류소는 1973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되어 놀랬다. 증류소 투어는 시청각실에서부터 진행되었다. 기린 증류소의 역사에 대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생각보다 본격적이라 놀랬다. 영상을 관람한 후에 본격적으로 증류소 투어가 시작되었다. 먼저 위스키에 사용되는 몰트, 그레인, 몰트를 말리는 피트를 보여주었다. 기린 증류소는 몰트 위스키 외에도 다양한 그레인위스키를 생산하고 있었다. 또한 지역의 농작물을 최대한 활용하여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였다.
후의 투어는 비슷했다. 다음오로 증류기를 구경했는데, 팟스틸 외에도 연속식 증류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팟스틸의 경우 몰트 위스키를 증류할 때 사용되고, 연속식 증류기의 경우 그레인위스키를 증류하는 데 사용되고 있었다. 증류기 외에도 당화조도 몰트용과 그레인용이 따로 있었다. 하나의 증류소에서 이렇게 다양한 증류기와 당화조를 볼 수 있는 건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 발효조 또한 스테인리스와 나무 발효조 두 가지가 사용되고 있었다. 다양한 설비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캐스크 제작이나 분해에 사용되는 여러 도구들도 볼 수 있었다.
기린 증류소는 공장의 느낌이 강했다. 투어 참가자들은 창문이 있는 복도를 통해 걸어가며 구경을 했는데, 창문 밖에는 증류소의 여러 모습이 보였다. 특히 실제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이 투어를 더욱 실감 나게 해 주었다. 특히 오크통이 공장 라인을 따라 굴러가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각 파트마다 시청각 자료가 잘 준비되어 있었고, 덕분에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증류소 구경을 하고 시음 공간으로 이동하는 복도에는 증류소에서 생산한 여러 위스키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증류소의 오랜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위스키는 단순히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닌 그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음미해야 한다. 기린 증류소 투어를 통해 기린 위스키를 마실 때 곁들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와 역사를 획득할 수 있었다. 투어에 포함된 무료 시음에서는 기린의 위스키를 니트로 마셔보고 또 하이볼로 만들어 마셔볼 수 있었다. 이번 투어들을 다닐 때 사실 테이스팅 노트를 잘 기록해두지 않아서 맛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맛있긴 했지만 인상적이진 않았던 것 같다. 유료시음에서는 싱글몰트 17년과 싱글그레인 25년을 시음했다. 이 중에서는 싱글 그레인 25년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레인일지라도 25년은 꽤나 고숙성이기에 숙성의 깊은 맛이 느껴졌다. 또한 옥수수를 사용했는지, 혹은 버번캐스크를 사용했는지 버번의 느낌이 매우 강하게 느껴졌다. 평소에 싱글몰트만을 고집하기 때문에 블렌디드나 그레인위스키를 많이 마시지 않는데 고숙성 그레인위스키를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기린 증류소 투어의 전체적인 느낌은 투어에 꽤나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다. 여러 시청각 자료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투어 참가자들이 복도를 걷기만 하면 증류소의 설비를 전체적으로 구경할 수 있게 잘 설계되어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리쿼샵에 파는 기린 위스키를 봤는데 매우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이번 투어를 통해 새로운 증류소와 위스키를 알게 되었고, 앞으로도 다양한 증류소를 다녀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