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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하루감성

#21

by 자몽

전시회를 많이 다니다 보면 마지막 코스는 굿즈샵이다. 전시의 감동을 간직한 채 상품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갈 때가 있다.

실제 작품을 구매하면 좋겠지만 현실적 문제로 엽서로 만족한다.

보관도 용이하고 많이도 말고 마음에 드는 1~2장으로 한정한다.

여운이 가시기전까지 벽에 붙혀 두고 보거나 모아둔 엽서들로 나만의 컨셉으로 장식하기도 한다.

이런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책을 발견해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결국 나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내적친밀감인가!


책은 별도로 치고 미술관의 기념품 가게는 대개 명화엽서와 원작을 연상시키는 물건을 판다.
명화엽서는 우리와 예술의 교류를 증진시키는 효과적이고 중요한 매커니즘이다.
우리 문화에서 명화엽서는 몇미터 앞에 걸려 있는 훨씬 뛰어난 원작에서 흘러나온 작고 미미한 그림자로 여겨진다.
그러나 명화엽서와의 만남은 우리에게 더 깊고, 더 지각적이고, 더 소중한 경험일 수 있다.
엽서는 우리의 어떤 행동도 허락하기 때문이다.
엽서는 핀으로 벽에 꽂거나 내버리거나 낙서를 해도 아무탈이 없고, 아주 거리낌없이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우리는 자신의 필요와 관심을 염두에 둔다.
우리는 그 물건을 진짜 소유할 뿐 아니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때문에 언제까지나 계속 감상할 수 있다.
그 앞에서 우리는 편안하게 우리 자신으로 존재한다.
애석하게도 걸작 진품 앞에서는 거의 정반대 느낌에 사로잡힌다.
-알랭드보통 [영혼의 미술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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