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by 자몽

알고리즘 때문에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쇼츠를 보면 꼭 웹툰을 소개하고 광고하는 숏폼들이 눈에 띈다.



대부분은 광고들이 많고 종종 리뷰 성 숏폼들이 있는데, 요즘에는 왜 웹툰이 다 똑같고 재미없는지 분석하는 영상들이 종종 눈에 띈다.


아주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표면적으로 드러난 웹툰 제작 구조나 시장 구조를 언급하는 숏폼을 볼 때면 좀 씁쓸한 마음이 든다. 웹툰 작가들이 주목받으면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는 것처럼 알려지자, 비슷한 시기에 웹툰 플랫폼들도 몸집을 거대하게 부풀리기 시작했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형부터 시작해 확고한 색깔을 내세우는 많은 플랫폼 중에서 독자 풀이 큰 곳은 사실 몇 곳이 안 된다.


독자 풀은 곧 수익이고, 적은 풀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한계가 너무 낮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작가들도 독자 풀이 큰 대형에 작품을 계약하는 것을 우선해 작품을 만들곤 한다.


너무 순식간에 플랫폼들이 큰 격차로 나뉘며 몸집을 부풀리자 너무 빠르게 레드오션화 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전반적으로 플랫폼이나 에이전시에선 리스크는 적게 리턴은 크게 가져가려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작품을 만드는 동료 작가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편집부에서는 어려운 길 보다 쉬운 길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고, 독자들 분위기도 바뀌었다.


캐릭터들이 서서히 서사를 쌓아가는 진행은 독자들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판단을 편집부를 통해 심심치 않게 듣고, 그런 평가를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실제로 주인공이 흔히 말하는 고구마를 먹으면 과하게 답답함을 표출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기도 하다. 그런 니즈에 맞게 고구마는 짧게, 사이다는 많이 마실 수 있는 전개에 걸맞은 게 요즘 모든 장르를 통틀어 인기를 얻고 있는 회귀, 빙의, 환생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다.


그런 테마로 잡고 가면 서사는 간단하고 쉽다. 주인공은 어쨌든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적은 고구마와 시원한 사이다 전개로 이야기를 이어가면 되니까.(그렇다고 그런 이야기들이 쉽게 만들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그나마 독자층의 성별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연령층도 비슷한 대형 플랫폼은 그런 경향이 좀 덜하다. 하지만 독자층의 성별이 한쪽으로 강하게 쏠려있거나 연령대도 어느 범위내에 고정된 플랫폼들, 그리고 그런 곳에 작품을 유통하에이전시들엔에겐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경향이 현재는 너무 강하다.


그러다 보니보니 테마가 강하게 잡혀있는 플랫폼메인 페이지를 보면 다른 것같지만, 어딘가 비슷한 천편일률적인적인 작품들이 작가들과 독자들을 둘러싸고 있다. 이 과정을 거품이 가라앉으며 염증이 지나가는 과정이라봐야 할지할지, 아니면 내발 담그고 있는 산업 전체가 무너지는 과정이라봐야 할지할지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이 거품이 가라앉으며 염증이 지나가는, 한층 더 내가 발 담근 산업이 커지려는 과정이기를 바란다.


언젠가, 그런 시절도 있었더라면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게. 오늘보단 내일 더 다양한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 어느 날 문득, 늘 오가는 길가에 피어있는 작은 꽃을 발견한 것처럼 사람들이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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