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웹소설을 연재하는 작가들에게 제일 스트레스 받는 일에 관해 묻는다면 대략이나마 어떤 대답이 나올지 가늠이 가능하다. 나 자신도 작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고충에 관해 이야기를 많지는 않아도 적게 나눠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작품 준비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의외로 작품을 론칭하고 난 뒤에 고충이 적지 않다.
누구든 인터넷을 이용해 작품에 접근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단점이기도 하다. 쉬운 접근법은 동시에 쉬운 불법복제로 이어진다. 새로운 회차가 공식 채널(플랫폼)들을 통해 공개되는 순간 몇 시간 뒤에 불법 복제되어 불법 도박 사이트 배너가 광고로 올라가 있는 사이트에 업로드된다.
작품이 인기가 많을수록 불법복제 속도는 빠르고, 그렇게 작품이 도둑질당하면 작가의 수익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독자들이 200원에서 500원가량을 소비하고 얻는 5분간의 즐거움은 작가의 생계를 책임지는 동시에 작가가 최소 열흘가량의 시간을 쏟아 넣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기도 하다.
200원 500원은 적게 보면 적은 돈이지만, 동시에 큰돈이기도 하다. 작품을 소비하고 즐기는 독자들 역시 노동을 통해서 번 돈으로 지불을 해준다는 게 작가 입장에서는 무척 감사하다. 거기에서 오는 기쁨과 만족감은 작가로 사는 일의 커다란 원동력이다.
감사하게 되는 독자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동시에 작품에 값을 지불할 가치가 없다고 느끼면서도 5분간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놀랍게도 그런 사람들은 대한민국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고, 바다 건너의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한국의 불법 복제 사이트들은 크롤링이라는 기술로 작품을 불법으로 복제해 올리는 수준이지만, 해외는 이야기가 다르다. 해외의 불법 독자들은 번역팀을 따로 꾸려 운영하고 종종 X(구 트위터), 페이스북, 디스코드, 텔레그램 등을 통해 작품을 불법 번역하고 공유하곤 한다.
그런 상황에서 작가들이 할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다. 불법복제 사이트를 발견하면 공식 플랫폼에서 운영하는 대응팀에 링크를 전달하거나 개인 SNS에 불법 복제를 공유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는 일이다.
나는 앞서서 대응하는 몇몇 작가님의 도움을 받아 불법 번역팀을 수소문했다. 그들이 사용하는 디스코드 채널이나 텔레그램을 통해 직접적으로 불쾌함을 호소하고 불법 번역을 멈춰달라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건 대부분 조롱과 기만이었다.
자신들이 번역해 복제해 준 덕분에 작품이 해외에 더 알려졌으니 감사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 건 귀여운 수준이고, 서슴없이 인종차별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나는 불법 번역을 공유하는 사람에게 'Yellow monkey'라는 인종차별을 당했고 나아가 DM으로 해커를 사서 내 개인정보를 알아내 나를 비롯해 가족에게 해코지하겠다는 협박도 당했다.
작가인 나를 존중해서 불법 번역과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해놓고 교묘하게 숨긴 공유 링크를 통해 계속해 작품을 훔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웹툰 & 웹소설 사업을 하는 사업체들도 가만히 지켜보지 않는다는 걸 안다. 플랫폼마다 각자의 대응팀이 있고, 때로는 여러 업체가 같이 협업하기도 한다. 그리고 종종 정부에서도 불법 복제와 사이트를 막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해외에 서버를 뒀다는 이유로 사이트 운영자를 찾는 일은 아주 어렵고, 사이트를 폐쇄해도 주소를 살짝 바꿔서 아무렇지 않게 영업을 이어간다. 그곳을 이용하는 수십만의 사람들은 몇백 원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훔쳐보는 선택을 하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작품에 관해 이야기한다.
별점을 매기거나, 스토리와 작화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에 가까운 비평을 하기도 하는 건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다. 불법 복제되어 화질이 저하된 원고, 그 위에 찍혀 그림과 대사를 가리는 불법 사이트 로고, 그리고 눈이 아플 정도로 번쩍거리는 불법 온라인 도박 배너들까지.
그걸 찾아내고 신고를 위해 링크를 수집할 때마다 나의 영혼을 누가 정으로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의미한 변화를 맞이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했다. 다른 작가들도 필시 비슷한 고통을 현재도 느끼고 있겠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작품을 준비하는 순간이 오니 지난 몇 년간 쳇바퀴 돌듯이 반복했던 두려움과 불안이 느리게 다시 차오른다.
정말이지 내가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매료됐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면 다시는 못 할 일이다.
제발 지난번보다는 덜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면서 나는 그저 계속해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