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묻어 놓은 이야기들

by 자몽

일의 특성상 만들어 놓고 꺼내놓지 못한 이야기도 많고, 그만큼 내놨지만 선택받지 못해서 묻힌 이야기들이 많다.


평소에는 잊어버리고 있다가 컴퓨터 파일 속에서 드라이브 속에서 그렇게 묻힌 이야기들을 다시 발견하면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한다. 상상하니 재밌었고, 세상에 내보내면 읽거나 보는 사람들이 좋아할 거 같다는 이야기들이었던 터라 더 그런 것 같다.


늘 발견하면 다음을 기약하지만, 이상하게도 묻힌 이야기들을 꺼내지 못하고 넘어가곤 한다. 그래서, 가끔은 묻어놓은 이야기를 묻어놓은 대로 둬야 하는지도 고민하곤 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큼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들을 꺼내놓지 못하고 고민하는 것도 비슷하다.


장녀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고민을 털어놓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힘든 일이 있고 버거운 일이 있어도 혼자서 삭이고 아파하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그런 이야기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문득문득, 때로는 불쑥, 멜랑콜리하거나 우울하거나 할 때면 섬처럼 외롭기도 하고, 별들 사이의 까만 공간처럼 쓸쓸해질 때가 많다.


지금도 약간 그렇지만 동시에 섬의 바깥에 다양한 존재들이 있는 바다가 있고, 별들 사이의 까만 공간도 더 깊이 들여다보면 별들이 있다는 걸 떠올린다.


언젠가는 내 마음의 벽이 얇아지거나 혹은 허물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감정이 든다고 가까운 사람에게 어려움 없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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