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하늘에 먹구름이 끼는 걸 볼 때마다 생각나는 기억이 있다. 외할아버지가 어렸던 나를 무릎에 앉히시곤 계곡에서 몰려오던 비구름을 보면서 "하느님이 비구름에게 이리로 가라고 해서 비구름들이 바쁘게 그 자리로 옮겨가는 거다."라고 했던 순간이다.
돌이켜보면 외할아버지는 내게 많지는 않아도 옛날이야기를 해주던 어른이셨다. 차를 타고 가족끼리 해변으로 가는 길에 본 며느리 바위 이야기,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가 도깨비불을 만나 길을 되찾아 산에서 내려오신 이야기는 아주 오래됐는데도 여전히 기억난다.
슬프게도 외조부모님 모두 내가 어릴 때 일찍이 돌아가셨고, 일 년에 많아야 두 번 날이 좋으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 계시는 그분들을 뵈러 가곤 한다. 그래도 기억이 오래 남아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많지는 않아도 전해 들은 옛날이야기들이 추억으로 남아있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비가 내렸고, 문득 빠르게 움직이는 먹구름을 보니 또다시 외할아버지의 무릎에서 이야기를 듣던 순간이 되살아났다.
기억이란 참 재밌는 동시에 강력해서 마법 같기도 하다.
가끔 그렇게 찾아오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 이파리와 가지 사이로 반짝거리는 햇살처럼 느껴진다. 그 볕뉘 같은 순간들이 옛날이야기를 해주던 외할아버지를 내 기억 속에서 살아가게 한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한낱 5분짜리의 즐거움이라고 말하는 스낵컬처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내 이야기가 그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한순간 반짝거릴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는 않아도, 누군가의 하루, 어느 순간에 내 이야기도 작게라도 반짝거리길.
밤하늘을 오래 들여다봐야 보이는 희미한 별빛 같아도 그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