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불안이 강해지는 시기는 아무래도 현실에서 벽에 부딪힐 때인 것 같다.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돌아 갈 수도 없고, 돌아가기는 조금 겁이 나는 그런 때.
최근에 계약서에 사인을 앞뒀다고 생각했다가 마지막에 좌절되는 경험을 했다.
앞으로도 나아갈 수 없고 뒤돌아갈 수도 없는, 옆으로 돌아가기에는 겁이 나는 상황에 놓인 셈이었다. 급격하게 정신력이 깎이고 지난 보름 정도 가량은 희망도 기력도 다 잃은 듯한 상태로 지냈다. 가족에게, 아니면 친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천성이 그러지 못한 게 발목을 잡았다.
면목 없는 이야기지만 아르바이트할 때는 일에 집중해야 하는데, 집중을 잘하지 못했다. 돈을 벌려고 나와 있지만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고, 글을 쓰지 못하는 순간들이 불행하게 느껴졌다.
내 존재의 무게만큼의 좌절과 우울함이 나를 짓눌렀고, 하루를 버티고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 아르바이트하는 시간에는 우울함과 좌절을 깊은 곳에 삼키고 있다가,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매일 무너지기를 반복한 것 같다.
이대로 이 고비를 못 넘기고 주저앉아 버리게 되어버릴까 봐 겁이 났고, 주저앉은 채로 내 짧지 않지만 길지도 않은 경력이 끝나버릴까 봐 슬펐던 것 같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나름의 발버둥을 치는 사이에 가느다란 기회를 잡았고 나는 다시 또 해나가려고 힘을 내보려고 한다.
이제 와서 돌아가기엔 애매하게 먼 곳에 있고, 기왕 사는 거라면 내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넘어졌지만,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불안도, 우울도 지고 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