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 혹은 실패공포증

by 자몽

나는 실패가 싫다.


뭔가에 실패하거나 거절당하는 게 정말 끔찍하기 싫다. 글밥을 먹으면서 실패와 거절을 무수하게 겪지만 단 한 순간도 그 순간이 이전의 경험보다 나은 적이 없었다. 실패는 나를 충분치 않은 사람으로 느끼게 하고 거절은 나를 불필요한 사람으로 느끼게 한다.


실패에서 얻는 게 있다는 말을 나 자신도 하지만 동시에 그 말을 처음에 한 사람이 몹시 밉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말도 나는 싫다. 상처가 난 자리에 새살이 돋아 흉이 지는 게 싫다. 나는 완벽해지고 싶고 실패하고 싶지 않다.


실패하고 거절당할 때마다 축적된 상처들이 나를 더 연약하고 볼품없게 만든다. 볼품없고, 불행한 나를 만들어낸 순간들이 나는 몹시 싫다. 아니 어쩌면 증오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왜 이토록, 나는 불완전하고 불분명한 존재일까?

왜 이토록, 더 나아지고 강해지지 못할까?


스스로가 나 자신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타인조차 만족시키지 못하는 존재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이 있을지도 궁금하다. 결국에는 단 한 순간도 완전하다고 느끼지 못한 채로, 허무하게 내 생의 마침표를 찍을까 봐 겁이 난다.


실패도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는 강인한 사람들,

거절이 존재의 부정이 아님을 이해하는 단단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 속에서 나는 어쩌면 영원히, 볼품없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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