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끊어질까봐 본편에서는 스킵했던 잔잔바리 이야기들
(외전 통합 1편이라고 한 것은, 대학원 이야기를 다 쓰고 나서 또 외전을 쓸 것 같아 미리 1편이라고 함.)
대학원 생활 들어가기 전에 살짝 빠진 이야기들을 하는 외전 편.
1.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 어느 정도는 컴퓨터 공학에서 뭘 배우는지 알고 들어갔는데도, 컴퓨터 공학이라는 전공은 참 낯설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컴퓨터는 훨씬 복잡한 친구였고, 심지어 멀티코어를 배제한 상태에서도 이렇다는 것이 문제였다. (멀티코어로 cache coherence 이슈 다루고, 멀티 코어 간 제어 같은 수준까지 가면 절망편.. 아니, 싱글코어에서도 이렇게 복잡하면 어쩌냐구요.. )
컴퓨터 구조라는 과목이 2학년 때 다뤄서 그렇지, 사실 컴퓨터 구조는 핵심을 담고 있는 쉽지 않은 과목이다. 언젠간 다시 공부해야지 하지만... 업무에 치여 못하고 있는 현실
2. 2학년 2학기 때 학부연구생을 간택된 후, 네트워크 쪽으로 대학원을 가야지 하는 건 확실해졌다.
대략적인 연구실 경향은 통신 기술 자체에 집중하거나, 특정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구조를 설계하거나 였는데.. 나는 전자를 택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나의 졸업을 아주 힘들게 했다. 대부분의 통신 기술은 이미 아주 성숙했기 때문에, 거기서 아이디어를 짜내는 건 쉽지 않았다. 어쩌면 차라리 정립이 안된 분야가 연구도 활발하고 더 좋지 않았을까 후회도 함. (그런데 신생 분야로 갔으면 나는 또 불평을 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3. 절차 지향 언어로 C를 한참 배우다가, 갑자기 객체지향인 Java를 배우니 처음에는 머리가 핑핑 돌았다.
당시엔 C만 알고 C++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class? overloading? encapsulation? 등등이 다 생소해서 "C로 다 하면 되지 왜 Java를 배우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 생각은 Java에 익숙해지고, C++을 배우고 나서 바뀌었다. "자바 사랑해요" 어떻게 같은 객체지향인데, C++은 자유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이렇게 어려운가.. 다시 한 번 "자바 사랑해요"
4. 지금도 따지고 보면 임베디드 업무로 먹고 살고 있는데.. 학부 때 임베디드 두 과목을 들은게 간접적으론 영향이 있는듯 하다.
다른 과목과는 달리 실제 실습 보드에 프로그램을 올려서 (한 과목은 RTOS 기반, 한 과목은 리눅스 기반) 한 학기 동안 팀 과제를 진행하는게 꽤나 재밌었다. 게임이 됐든, 응용 프로그램이 됐든 뭔가 기획+구현+시연의 경험을 학부 때 해 본건 꽤 든든한 경험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5. 3학년 생활은 밤샘의 연속이었는데, 농담이 아니라 기숙사도 못 들어가고 (과제가 하도 많아서) 실험실에서 과제-야식-과제-잠을 2학기 동안 반복하면서 살았다.
게다가 교수님의 배려 (!)로 임베디드 과목 과제는 종강 후 제출 및 발표였기 때문에, 다른 과목이 다 끝나도 1주일 정도는 학교에 더 있었다는 것. (대략 수업이 16주차까지 있다고 하면, 임베디드 주간은 17주차라고 불렀다.) 물론 교수님이 안 미뤄주셨다면 결과물이 개판이었겠지?
6. 조기졸업을 하려다 포기한 덕분에, 이미 3학년 2학기가 끝났을 때 수강학점이 졸업학점을 넘어가 있었다.
그래서 4학년은 편하게 수업 듣고 살았는데, 그래도 두 학기 다 100% 장학금이었기 때문에 두 학기 모두 10학점 이상은 들었다. (장학금이었지만 그래도 등록금이 아까워서, 조금만 듣기엔 내 양심이 허락치 않았다.)
그 덕에 졸업할 때 전체 4.2/4.5, 전공 4.3/4.5, 수강학점 25학점 정도 초과로 졸업했다. 그 덕에 수석졸업상도 받았음.
7. 내가 탑3 대학원을 면접 보기 전까지는, 솔직히 학교에 수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진 않았던 것 같다. 좀 더 정확히는 "더 수준이 높긴 하지만, 극복 가능하겠지" 정도?
하지만 1차 면접 때 싹 털리고 나서, "아, 극복이 안되는구나"를 빨리 깨달았다.
당시에 내 주변에서 대학원을 준비하던 다른 동기/선배들은 다 척척 탑 스쿨에 붙는데, 나만 합격하지 못해서 스스로에게 화가 많이 나있었다. 근데 결과적으로 한 학기 더 입시를 준비했던 시간이 결과적으로는 학교 수준 차이를 완벽하진 않아도 극복할 수 있었던 계기라는 점에선 아이러니.
8. 내가 입학하게 된 탑3 대학원의 경우, 자대생이 절반쯤 되고 나머지 절반으로 서로 다른 학교 학생들끼리 경쟁하는 구조가 됐다. 그래서 입시를 준비할땐 솔직히 기분이 나빴지만, 입학하고 나서 자대생들을 보니 왜 자대생이 절반 정도는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자대생들은 "똑똑하다"를 넘어 "해 보면 되지, 왜 안 하고 있어?" 하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본인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있으니 가능했던게 아닐까?
[스레드에서 작성한 나는 어쩌다 컴공을 전공했는가 17-20편을 내용 추가하고 다듬어서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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