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한자몽커피 Oct 23. 2024

나는 어쩌다 컴공을 전공했는가 (통합 6편)

대학원 시절의 처음은 꽃 같았다. 하지만 관리를 안하니 오래 가지 않았다

(미리: 제 대학원 생활은 반성해야될 부분이 한가득입니다. 모범 오답을 보여드리려니 좀 부끄럽네요.)

(미리2: 퍼블리케이션 기록을 보고 기억 오류를 수정하다 보니 내용이 스레드 원본 대비 좀 바뀌었습니다. 일필휘지가 이래서 무섭습니다...)


  어찌저찌해서 국내탑3 공대 중 한 곳에 석박사통합과정으로 입학하고 나서, 나는 아주 들떠있었다.

  우선 첫 학기에는 그렇게 뭘 하라는 압박이 없었다. 일단 수업을 들어야 하니까. 적응도 해야하고.

  당시에는 원래 교수님의 랩 대신 1년차들의 통합 랩 같은 공간에서 지냈었다. 그래서 뭐라 하는 선배가 없기도 했고, 그래선가 그저 대학원은 이상적으로 수업 듣고 연구하고 그런 공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첫 학기는 적응하기+수업 듣기 외의 미션은 특별히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두번째 학기도 연구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슬슬 나오긴 했는데, 그 때는 큰 분야를 정하고 그 분야에서의 현재 트랜드들을 파악하는 일들이 주었다. 그래서 크게 힘든 것은 없었고, 그렇게 1년차는 무탈하게 지나갔다.


  그렇게 순탄했나 싶었던 생활이 2년차가 되면서 첫 위기를 맞았다. 바로 박사자격시험 (이하 QE) 통과였다.

  내가 있던 학과에서는 QE를 응시할 기회를 두 번 줬는데, 보통 입학 전에 1번, 2년차에 1번 (두 번을 다 보게 된다면)을 보는 패턴이 가장 흔하다. 물론 입학 전에 한 번에 통과하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면 보통 1년차가 끝나고 겨울방학 때 따로 폐관수련을 했다. 어떻든 무조건 통과해야 되니까. (이게 안 되면 석사로 졸업 후 박사로 다시 졸업해서 +2를 얻는 방법도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진 않았음..)

  그나마 과목 수가 많았기에 (입시 때 면접 과목이었던 6과목 정도를 그대로 다시 지필 고사로 치는 방식), 부분 통과가 가능했다. 즉, 처음에 특정 과목들을 미리 통과하면, 그 다음 해에는 남은 과목을 치는 방식.


  처음 QE를 응시했을 때 컴퓨터구조만 똑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QE는 모든 과목을 4시간 내로 풀어서 제출해야되는데, 문제가 아무리 풀어도 풀리지 않아서 빠르게 컴퓨터 구조를 포기했다. 그리고 다른 과목에 올인해서 컴퓨터 구조를 제외하고 1년차에는 모두 통과했다. 

  잔여 과목에 대해선 QE를 재응시하는 방법과 해당 학부 과목을 수강해서 일정 학점 이상 받는 방법이 있었다. 사실 나는 학부 과목을 수강하는 방법을 택하고 싶었으나, 다른 대학원 전공 시간과 시간이 겹쳐 부득이 QE 2회차를 노릴 수 밖에 없었다.

  매년 1번씩 QE 시험이 열렸기 때문에, 2회차 기회는 통합 2년차가 시작하는 겨울 (2월)에 있었다. 당시 시스템은 응시 과목수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시험 시간은 같았기 때문에 4시간 동안 컴퓨터 구조를 집중해서 풀었고,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두 번의 기회 안에 QE는 마무리가 되었다. (나중에 듣기론 신청하는 과목수에 비례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박사자격시험도 무사히 통과했으니, 2년차에는 정말 연구 주제를 정해야했다.

  1년차에 크게 정해진 분야를 A라고 하면, 교수님께서 2년차에 제안했던 주제는 A-B였다. A 기술을 B 기반으로 수행하는 (당시에는 핫했던) 주제였다. 해당 주제에 대해서 이미 확보된 데이터셋이 있었기 때문에, 내 첫 업무는 해당 데이터셋을 가지고 정해준 주제에 맞게 분석하는 것이었다. 추가 실험이 필요없었고 정리만 하면 됐기에 2년차도 크게 어렵지는 않게 지나갔다. 사실 이 때 지도교수님을 따라 미국 연수를 갔다 왔기 때문에 더더욱 후다닥 지나가기도 했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컨퍼런스 제출은 나중에 하기는 했지만) 나는 그렇게 대학원에 잘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마음을 먹으면 이렇게 연구를 착착 할 수 있구나, 왜 다들 졸업을 이렇게 어려워하는지 모르겠다 하는 오만함이 내 안에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무너진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스레드에서 작성한 나는 어쩌다 컴공을 전공했는가 21-23편을 내용 추가하고 다듬어서 게시하였습니다.]

- 스레드 21편: https://www.threads.net/@jamongcoffee/post/DAwQbkUOSRa 

- 스레드 22편: https://www.threads.net/@jamongcoffee/post/DAwRYOWOvgE 

- 스레드 23편: https://www.threads.net/@jamongcoffee/post/DAwSXErObxe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어쩌다 컴공을 전공했는가 (외전 통합 1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