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부스터의 역할을 몰랐던 나는 부스터가 사라지자마자 좌절하고 말았다
(미리: 퍼블리케이션 기록을 보고 기억 오류를 수정하다 보니 내용이 스레드 원본 대비 좀 바뀌었습니다. 일필휘지가 이래서 무섭습니다...)
이제는 정말 모든 것을 내가 스스로 설계해야했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보면, 지도 교수님은 2년 정도 방향을 이끌어주면 내가 이후에는 잘 알아서 하겠지 하고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이때 가장 큰 실수는 지도 교수가 졸업까지 나를 떠먹여줄 것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지도교수는 당연히 내가 물어보면 다 알려줘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태도는 스스로 하려는 열의가 싹트지 못하게 했고, 그렇게 나는 서서히 퇴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음 주제 진행이 지지부진할 때, 지도교수는 나에게 통합과정을 포기하고 그냥 석사로 졸업하는게 나을 것 같다고 포기 선언을 하셨다. 말뿐만이 아닌게, 석사 전환이 실제 가능하다는 것도 학과사무실에서 확인했고, 병역특례도 석사 졸업 후 진행하면 된다는 컨펌까지 받고 오신 상태였다.
이 때에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힘들게 들어와서 박사자격시험까지 다 끝내놓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교수님은 단호하게 계속 no를 외치시다가, 내가 정말 끈질기게 납작 엎드리자 last chance를 주셨다.
그렇게 흐지부지 끝날뻔한 대학원 생활은 다행히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연구 주제가 바로 확정된 건 아니었지만, 내가 고민이 되는 포인트들을 공유하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면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앞에서 이리저리 미뤄지고 있던 A-B 주제를 한 컨퍼런스에 제출하면서 해당 주제는 어떻게든 마무리가 되었다.
이후 다시 연구 관성이 동작하기 시작했고, 이 때 교수님이 제안한 다음 주제는 A-B'였다. 이전 주제의 데이터셋은 계속 활용하되, 새로운 기법을 적용하여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어떻게 보면 A-B의 연장선이었기 때문에 이 주제 또한 큰 어려움 없이 다른 컨퍼런스에 잘 제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은 다시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계속 대학원을 다니게 해달라고 간절해하던 나는 사라지고, 두 번의 컨퍼런스 제출에 자신감을 얻어 초심을 또 다시 잃은 내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내가 이후 연구를 잘 진행했을 리는 만무했고... 다시 긴 방황기를 경험하게 되었다.
긴 방황 끝에 내가 정한 연구주제는 A-C가 되었다. A라는 분야는 그대로이지만, 기반 기술이 B에서 C로 변경된 것이다. 이전에 B라는 기반 기술이 많이 활용되다가, 해당 기술들의 단점들이 있어서 C라는 기반 기술이 A 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르던 시점이었다.
이 때라도 정신을 차렸다면, 적당히 A-C와 A-C' 정도까지 논문을 내고 졸업논문을 잘 쓰고 무사히 졸업했을텐데.... 나는 C 기술이 A 분야에서 적용되는 태동기였기 때문에 마음이 놓여서 진행을 빨리빨리 하지 않았다는게 가장 큰 문제였다. 어쩌면 그럴때 아예 선두주자가 될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게다가 해당 연구실에서 C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 당시 아무도 없었다. 내가 처음 삽질하는 사람이었기에, 조언을 구할 곳도 딱히 없었다. 내가 알아서 하지 않으면 안됐는데 무슨 생각이었을까 스스로 반성하며...
옆에서 페이스메이커도 없는데, 스스로 마음을 다잡지 못하니.. 어느 순간 시간은 지나있었고, 내가 생각한건 이미 다 연구가 진행되어버렸고, 그렇다고 또 터닝할 방법은 생각이 안 나는 3중고를 겪게 된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때마침 A-C 기반으로 기업 과제가 들어왔고 내가 해당 과제 담당자였다는 것이다. 기업 과제는 어차피 해야했으니, 기업 과제 하면서 논문을 만들어보는게 나의 새로운 졸업 플랜이 되었다. 그렇게 어찌저찌 고생하면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논문을 만들기는 했는데, A-C가 이미 연구가 많이 진행된 분야였기 때문에 학술지에서는 리젝을 먹었다. 리비전도 없는 리젝.
그래서 다음 플랜을 빨리 정해야 했다. 여기서는 짧게 썼지만, 이미 6년이 지났고 통합 7년차에 접어들었기에 재학 연한에 여유가 더 이상 없었다. 연장은 교수님께 욕먹을 각오는 해야 했으니까... 어떻게든 핫한 주제는 이리저리 찔러보았지만, 정직하게도 나오는 결과물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욕을 제대로 먹고 재학연한 연장을 했다. 그래서 통합8년차를 맞이했다. 굴욕적이게도.
[스레드에서 작성한 나는 어쩌다 컴공을 전공했는가 23편 끝부분+24-26편을 내용 추가하고 다듬어서 게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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