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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사주 브런치|기초 ⑥

� "지지"는 흐른다 — 계절처럼, 기분처럼

by zokzebi


처음 ‘지지’를 배웠을 때,

나는 그저 띠 이름이라고만 생각했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그거… 소띠, 토끼띠, 용띠 이런 거잖아?


근데 그건 정말,
지지의 ‘ㄱ’도 모를 때의 생각이었다.

사주에는
하늘의 기운인 천간,
땅의 기운인 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지지’는 유독 묘하고, 어렵고, 흥미롭다.

왜냐면 이건 마치 기분의 바닥,
감정의 리듬, 시간의 흐름 같은 것들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는 ‘정적인 기운’이 아니다.
흐른다. 옮겨간다. 스며든다.
그리고 천천히, 서로의 기운을 섞는다.

사람으로 치면,
어느 날 갑자기 변하는 게 아니라
조금씩 감정이 바뀌는 그 흐름처럼.

그래서 지지는 원형으로 표현한다.
시계처럼, 계절처럼, 지하철 2호선처럼.


천간은 순간적인 성질이라면
지지는 과정을 품고 있다.

계절의 흐름처럼
겨울이 끝나면 곧바로 봄이 오는 게 아니라
눈이 녹고, 공기가 달라지고,
조금씩 ‘변화가 축적’되는 거다.

사주의 지지를 보면
‘그 사람의 리듬’을 알 수 있다.

✔️ 자(子)는 한겨울의 물
✔️ 인(寅)은 봄이 막 시작되는 생목
✔️ 오(午)는 가장 뜨거운 불
✔️ 유(酉)는 차갑고 단단한 금
✔️ 축(丑), 진(辰), 미(未), 술(戌)은 ‘토’
… 그런데 그냥 토가 아니라, 계절의 경계에 있는 토


이게 또 재미있다.

계절은 갑자기 바뀌지 않듯이,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지지의 토는
그 계절과 다음 계절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같은 역할을 한다.

진토는 봄의 끝이자 여름의 문턱이고,
미토는 여름이 저무는 자리다.
이런 식으로,
지지의 ‘토’는 늘 경계에 있는 존재다.


나는 예전에 이런 걸 몰랐다.
그래서 마음이 바뀌는 속도를
‘변덕’이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이제는 안다.
나는 지금 내 계절을 통과 중인 거다.

또, 지지는 ‘방향’과 ‘시간’도 품고 있다.
자시는 밤 11시1시,
오시는 정오 11시1시,
축토는 북동쪽, 유금은 서쪽…


지지를 들여다보면
이 사람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어느 시간대에 에너지가 깨어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띠’
예를 들면, 토끼띠, 용띠, 원숭이띠...

그건 불교의 12지신에서 온 개념이고,
사주의 지지는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정교하다.

묘(卯)를 토끼로만 이해하면
묘목의 음목 기운, 그 섬세한 내면을
놓치기 쉽다.

묘는 토끼가 아니라, ‘계절 속의 목’이다.
이런 걸 모르면 사주는
쉽게 오해되고, 얕게 소비된다.


그래서 나는 지지를 볼 때마다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의 흐름,
그 사람의 계절,
그 사람의 리듬.

우리 삶은 결국,
봄처럼 피어나고,
여름처럼 뜨겁고,
가을처럼 정리되고,
겨울처럼 침잠되다가


또 다시,
다음 계절을 맞이한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게 지지다.
우리 안에 흐르고 있는 기운의 방향이다.


핵심을 요약하자면!

지지는 12가지 땅의 기운, 계절과 감정의 흐름을 상징

단순한 띠가 아니라, 기운의 방향 + 시간 + 계절성을 품고 있음

감정 변화, 에너지 흐름, 관계 패턴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

지지를 안다는 건, 나를 천천히 이해해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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