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순간이 있었다.
‘축토는 음토다.’
그냥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축토 안엔 개·신·기가 들어 있어.”
...음? 개신기?
갑자기 무슨 삼국지 얘기야?
그때 처음 알았다.
지지 안에는 '지장간’이라는 게 있다는 걸.
지장간 단어만 보면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엄청 단순하다.
지장간이란,
지지 안에 들어 있는 천간의 기운들.
택배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실제 내용물 같은 존재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진토’는
을·계·무라는 세 가지 기운을 품고 있다.
그 안에 무슨 성분이 들어 있는지 밝힌 게 지장간이다.
진짜 사주는 이걸 알아야 비로소 보인다.
이걸 이해한 날,
나는 이렇게 정리했다.
지지는 상자고,
지장간은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들이다.
예를 들어볼까?
축토는 택배 상자다.
그 안엔 개·신·기가 들어 있다.
사화는 무·경·병이 들어 있고,
자수는 임·계가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주를 읽는다는 건,
그 상자를 뜯어서
진짜 들어 있는 걸 확인하는 일이었다.
더 재밌는 건,
이 지장간은 단지 ‘구성 성분’이 아니라
그 지지가 어떤 성격인지 결정해주는 핵심 단서라는 점이다.
사화 안에 병화가 제일 많으면?
그건 양화다.
오화 안에 정화가 제일 많으면?
그건 음화다.
그러니까
"너는 어떤 상자니?"가 아니라
"너 안엔 뭐가 많니?"가 더 중요한 질문인 셈이다.
그뿐 만이 아니다.
지장간은 계절의 변화,
사주의 흐름,
그리고 내 감정의 순환까지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토(土) 기운은 계절의 문턱에 서 있다.
봄이 끝날 무렵의 진토는
다음 계절인 여름을 위해
수(水) 기운을 조용히 모아둔다.
왜?
다음에 필요하니까.
그런 식으로
각 토들은 다음 계절을 준비하면서
세상의 기운을 담아낸다.
그 안에 담긴 작은 기운들이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이걸 알고 나서
지지를 볼 때 시야가 달라졌다.
예전엔
‘미토는 음토’
‘술토는 양토’
그냥 그렇게 외우듯 외웠지만
지금은 이렇게 본다.
“미토는 정·을·기를 품고 있는 아이.
그 안에서 기토가 가장 강하니까,
이 아이는 음토의 정체성을 갖고 있구나.”
말하자면,
지지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겉껍질에 불과하다.
그 안의 지장간이
그 사람의 진짜 내면,
진짜 기질을 말해주고 있으니까.
핵심을 요약하자면!
지장간은 지지 안에 들어 있는 천간의 기운
어떤 기운이 가장 강하냐에 따라 지지의 정체성이 결정됨
지장간은 그 안의 기운 구성이 중요
각 계절의 끝에 있는 토(土)들은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중
그래서 사주를 제대로 보려면,
반드시 지장간까지 봐야 한다
내가 사주를 보면서
타인의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을 알고 싶었던 것처럼,
지지를 읽을 때도
껍질이 아닌 알맹이를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