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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사주 브런치|기초 ⑧

사주 8칸이라는 삶의 무대

by zokzebi


사주는 모두 8칸으로 되어 있다.

그 8칸은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연극 무대 같아서,
각 자리마다 저마다의 이름과 성격을 지니고 있다.

맨 위에 있는 집들은 "천간"
그 아래 자리한 집들은 "지지"라고 한다.
이걸 우리는 ‘윗집’과 ‘아랫집’이라고도 부른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는 이름처럼,
사주에도 각자 이름이 붙는다.
연간, 연지 / 월간, 월지 / 일간, 일지 / 시간, 시지
이 8개의 이름이 모여,
한 사람의 삶과 마음, 기질과 흐름을 만들어간다.


그 중에서 단연 눈여겨봐야 할 자리는 ‘일간’이다.

여기는 나 자신, 내면의 중심을 말한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기질을 타고났는지
일간은 마치 내 이름표처럼 내 인생을 대신 말해준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자리가 바로 ‘배우자의 자리’, 일지.
이 자리는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함께 살아가며 나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
좋은 사람을 만나면 천국이지만,
좋지 않은 인연은 지옥을 맛보게 한다는 말, 괜한 게 아니다.


시간의 흐름을 품은 사주의 좌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사주는 또 이렇게 말해준다.

연주는 과거의 과거, 조상과 뿌리

월주는 내가 속한 환경, 부모

일주는 현재의 나, 중심

시주는 나로부터 이어지는 미래, 자녀와 열매


이 흐름을 따라
사주는 마치 나무 한 그루처럼 펼쳐진다.


연은 뿌리
월은 줄기
일은 꽃
시는 열매


이를 명리학에서는 근묘화실(根苗花實)이라고 부른다.
뿌리가 튼튼해야 줄기가 자라고,
그래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으니까.


모든 자리 중에서도 유독 강한 자리가 있다.

바로 월지.
내가 태어났을 때의 환경, 계절, 기운.
그게 얼마나 강한지, 혹은 추운지 더운지에 따라
내 삶의 시작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겨울에 태어난 나무는
추위 속에서 꿋꿋해야 하고,

봄에 태어난 나무는
따뜻한 햇살을 온전히 받으며 자란다.


그래서 우리는 늘 일간과 월지를 함께 본다.
‘나는 어떤 환경 속에서 태어났는가?’
그 질문에서부터 사주는 시작된다.


사주의 오른쪽 절반은

내가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것들’이다.
조상, 부모, 환경.

왼쪽 절반은
내가 살아가며 ‘만들어가는 것들’이다.

배우자, 자녀, 인연.

이렇게 보면, 사주는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위치를 확인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조용히 가리켜주는 나침반 같다.


사주를 본다는 건,

내 인생의 가구 배치를 다시 한번 살펴보는 일이다.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그 자리는 바람이 많이 부는 창가인지,
따뜻한 햇살이 드는 곳인지,
혹은 창고처럼 물건만 쌓여 있는 곳인지.

사주가 알려주는 건
단지 운명이 아니라,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꾸려나갈지에 대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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