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케이크를 향해

달콤함과 쌉쌀함이 지키는 평화

by 제이앤

마음이 동동 거린다. 간단하게 화장을 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한 봉지 들고나간다. 일정이 마치고 난 후 나가기 쉬운 출구를 미리 생각해 바로 앞에 차를 댄다. 생각해 뒀던 자리가 비어있어 기분이 좋다.

근처 우체국에 들러 경기도에 사는 친구에게 내가 쓴 첫 책을 소포로 부치고 잰걸음으로 서점으로 이동한다. 서점에서 선물할 책을 고르면서도 발을 동동거린다. 서점에 있는 수많은 책 중 가장 상대의 마음에 들어갈 문장이 적힌 책을 고르리, 란 마음으로 책과 받을 사람의 마음 사이에 차분히 다리를 쌓아가는 시간이 책을 고르며 얻을 수 있는 특별한 기쁨인데,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서너 권 얼른 집어 은근하게 밀려오는 사장님의 스몰토크를 다정하게 밀어내고 오늘의 종착지를 향해 내달린다.

카페에 들어서자 오늘 내 기쁨을 온전히 채워줄 맛의 조각들이 줄지어 나와 있다. 음……. 오늘은 청무화과와 달지 않은 우유 생크림으로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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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 앞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과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이 놓였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셔 동동거렸던 열기를 내린다. 또 한 모금을 그다음 먹을 케이크 한 조각의 달콤함을 위해 마신다. 시트 사이 덧대진 무화과조각들과 크림을 듬뿍 떠 입에 넣고 눈을 감는다. 이제야 들리는 카페의 잔잔한 팝송. 입안에 있는 케이크 한 입을 적당히 음미하고 꿀-꺽, 삼킨다. 막바지 무화과의 까끌한 식감과 우유크림의 부드러운 퐁신함이 식도를 넘어 발끝까지 가닿는다. 눈을 뜨고 팝송도 더 신경 써 들어본다.

나는 카페에서 나오는 팝송이 좋다. 알아먹지 못해서 가사가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좋은 노래겠거니 귓등으로 듣는 것이 편안하고 좋다. 좋은 것들 안에 갇힌 기분. 좋아하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볼까? 나의 감정을 가득 담은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주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언제나 전화를 받아주던 언니인데 오늘은 받지 않는다. 뭐 어때. 조금만 있으면 언니는 다시 전화를 걸어올 것이고, 그렇담 내게 약속된 좋은 것이 하나 더 늘어나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더 좋다. 마저 내 앞에 허락된 달콤 쌉쌀한, 그래서 지속가능한 행복을 이어 삼켜야지.

가방에 늘 넣어 다니던 책도 꺼내 몇 장 읽어보고 다른 테이블에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채워졌다 빠져나가는 것을 구경하며 몇 분의 시간을 더 보낸다. 어느샌가 얼음이 녹아 연해진 커피 맛을 나는 더 좋아해. 시간이 가도 여전히 강렬한 것보다 조금 옅어진 맛으로 안정된 평화를 이어가게 하는 얼음 녹은 커피. 쨍한 햇빛의 기쁨을 더해주는 것은 구름이야, 생각하며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이 시간을 누려보다 끝이 얼마 남지 않음을 확인하고 조금 초조해진다. 사랑하는 아이들이 하교할 시간이다. 신호등 너머 엄마를 기다리는 반짝이는 눈동자 넷. 마지막 커피를 급히 가득 채우며 카페인을 끌어올려본다.

이제 타인의 평화를 지키러 가야 한다. 오늘 채운 달콤함과 쌉쌀함의 기쁨과 평화로움을 글로 남겨 발효시킨다. 한껏 부풀린 행복이 다 떨어져 갈 때쯤 나는 다시 케이크 쇼케이스 앞에 서있겠지. 진심으로 카페의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며 카페를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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