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에 많은 기호가 있지만 보통은 계이름만 읽고 연주를 냅다 시작하는 경우들이 많다. 한참을 치다 뭔가 이상해서 다시 생각해 보면 음자리표 확인을 하지 않은 탓이 꽤 많다.
모든 시작은 중요하다. 악보를 볼 때도 처음부터 찬찬히 봐야 한다. 수강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앉자마자 치지 말 것'이다.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눈으로 본 적이 있는가? 피아노 앞에 앉았는데 한참을 치지 않고 뜸을 들이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연주자들은 절대로 바로 악기에 손을 얹거나, 악기에 손을 얹자마자 연주하지 않는다. 너무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나, 급하게 연주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신이 할 연주를 미리 떠올리고, 음자리표부터 끝세로줄까지 전체적인 리듬을 설정하고, 호흡을 맞춰 연주하기 시작한 음악은 훌륭하지 않을 수 없다.
악보를 볼 때 오선의 맨 처음 시작엔 음자리표가 있다. 높은 음자리표, 낮은 음자리표, 비올라라는 중음역대의 현악기가 주로 사용하는 가온 음자리표(가운데 쏙 들어간 줄이 '도'가 되는 음자리표)도 있다.
높은 음자리표는 G clef로, 음자리표가 시작하는 지점이 '솔'이 된다.
낮은 음자리표는 F clef로, 음자리표가 시작하는 지점이 '파'가 된다.
이렇게 각각의 음자리표를 보고 오른손과 왼손이 어떤 위치에서 연주를 해야 할지 알려준다. 연주를 하다 음자리표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양손 모두 높은 음자리일 때도, 양손 모두 낮은 음자리일 때도, 혹은 왼손이 오른손을 넘어 높은 음역대를 연주하기도, 그 반대가 될 때도 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빨리 달려 속도를 내는 것보다, 준비운동 없이 바로 시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치를 잘 잡는 것'이다. 위치를 잘 잡지 못하면 연주하는 내내 손과 귀가 불편할 것이다. 끝세로줄을 만났어도 끝난 것 같지 않은 음들로 마치게 될지도 모른다. 오선의 처음인 음자리표부터 시작해서 계이름이 나오기 전에 나오는 생각보다 많은 기호들을 잘 살피고 시작해야 계이름은 물론이고 리듬과 이음줄, 쉼표와 스타카토들도 빼먹지 않고 모두 연주할 수 있다. 그리고 전체 악보가 눈과 손에 익숙해지면 속도를 조금씩 올리면 된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서, 힘을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