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치는 일이 커리어가 될 때
어렸을 때부터 이사도 많이 다녔고, 전학도 몇 번 겪었다.
한 회사에 오래 재직했지만 내부 이동이 많았고, 이젠 이직도 적지 않은 횟수로 경험해왔다.
새로운 환경에 노출될 때마다 나를 가장 작게 만든 말은 늘 같았다.
“여긴 원래 그래.”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 환경에 익숙해지고 나면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여긴 원래 이렇게 하더라.”
···
현장에서 오래 버틴 이들에게는 묘한 힘이 있다.
매출의 흐름, 고객의 표정 변화까지 감으로 읽어내는 힘.
그 감은 빠르고 정확하고, 누구도 쉽게 따라잡지 못한다.
눈치와 감은 누적되어 '우리가 일 하는 방식'이 되고 만다.
매년 해왔던 일들이 당연하게 쌓여서 마치 훈장처럼 되기도 하고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메뉴얼이 되기에.
우리가 일 하는 방식, 원래 늘 그래왔던 것 ㅡ 이 기준이 되는 순간, 팀은 배우지 못하고 리더는 성장하지 않는다.
상황 분석은 “우린 그렇게 안 해”로 덮이고, 경험은 데이터가 아니라 권위가 된다.
신나게 의견을 제시했더니 “그거 다 해본거야”, 혹은 “여기선 그렇게 안 해. ”라는 대답을 받을 때면 힘이 쭉 빠지곤 했다.
과거에 답습하던 방식은 때로는 클래식이 될 수 있지만, 불필요한 악습일 수도 있다.
그래서 ‘원래 그래’를 의심할 수 있는 호기심이 필요하다. 5년전에는 안 그랬을지라도 지금은 이게 통할수도 있으니까. 사람 모르는 일이다.
난 원래 이 업계에 있었으니까.
이 일은 원래 이렇게 해왔으니까.
30대는 이래야 하니까.
여자는 이렇게 해야 하니까.
그 모든 ‘원래 그래’를 넘어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관용을 가진 멋진 직업인으로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나를 따라올 앞으로의 후임들에게도 ‘원래 그런건’ 없다고도 말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