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조금 아파하는 주린이의 주식 이야기.
오를 때 팔고 내릴 때 사야 하는데. 어려운 이 법칙도 나름 잘 지키고 있었는데. 그날은 왜 그런지 이상하게 조바심이 났고, 난 술에 취해 있었고, 이제 막 시작한 미국장이 열리자마자 나름대로 내 기준에선 하한가에 예약매수를 걸어두고 잠에 들었다. 일어나 출근을 하면서도 내가 예약매수를 걸었단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매일 습관처럼 보는 경제뉴스를 읽으며 생각났다.
‘아 맞다! 나 그거 예약 걸었는데, 사졌나?’
부리나케 들어간 증권사 앱에선 며칠 연속 목표금액에 도달하지 못해 실패한 매수 시도 내역 사이로 두 글자가 보였다.
‘체결’
체결됐다고...? 나날이 상한가를 갱신하던 종목인데... 어떻게 사진 거지.
그리고 곧바로 확인한 해외주식 현재가. 아, 폭락이구나........... 그렇구나, 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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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락은 한번으로 끝나진 않았다. 3-4일 정도에 거쳐서 연일 거품은 쭉 빠졌다. 뉴스에선 드디어 그 종목이 조정에 들어갔다고 했고 난 속이 쓰려 아침 저녁으로 보던 경제뉴스를 (혼자) 불매하기 시작했다.
대체 왜 오르는 중인 종목을 샀던 걸까. 그것도 내 투자 인생 가장 거금을 들여서. 주식 투자는 어렵고 속 쓰린 것이며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단정 지으려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앞으로 평생 투자하며 살건데, 이런 속쓰린 경험도 필요하지 않을까? 족히 30년은 더 일하며 언젠가는 목돈도 생길 것이고, 그 돈을 투자하려는 욕심이나 유혹도 생길 것이다. 그때, 이 경험이 없다면 과연 난 잘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수익률 마이너스 30% 라는 거대한 장애물이 날 흔들더라도, 그래서 기죽고 창피하고 짜증이 좀 나더라도 이 경험 없인 난 분명 상승장에 올라타버리는 일을 또 벌릴 인간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나름 값싼 교훈이란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원투데이 투자로 끝나지 않을 거라면 일평생 중 언젠간 치러야할 신고식이자 강의료였다. 난 그걸 이렇게나 빨리! 심지어 서른의 나이에 겪게 된 게 갑자기 감사해졌다. 이 경험을 발판 삼아 30년 투자를 더한다고 생각하면... 마이너스 30프로가 대수냐, 호호.
분명 정신 승리였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아졌다. 난... 이겼어! 수익률은 곤두박질 치고 내 돈도 증발했지만, 결론적으로 난 이길 거야. 누군가는 말하지 않았는가,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고. 30살이든 40살이든 50살이든, 오늘 배운 교훈은 남은 인생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가장 중요한 가치를 가졌다고 믿기로 했다.
언제나처럼 초장기투자를 지향하고 있는 지금. 아직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횡보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그때의 내 선택이 맞았다고 확신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오지 않는다면 어떠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내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현금 필요할 때 매도해서 쓰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