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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Dec 25. 2019

유학생의 외로운 연말연시

나는 12월에 들어선 순간부터 주구장창 캐롤을 틀어놓고 신나할 정도로 크리스마스, 연말연시 분위기를 좋아한다. 크리스마스의 훈훈한 분위기도 너무 좋고, 한 해가 무사히 끝나간다는 것도 너무 즐겁다. 새해가 주는 깔끔한 느낌도 좋다. 그래서 이맘때쯤이면 늘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북적북적 좋은 시간을 보냈었다.


올해는 참 아쉽다.

혼자서라도 이곳저곳 구경 다니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는데, 프랑스 전역이 장기간 파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꼼짝없이 기숙사에서만 지내게 되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본가나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학기가 끝났으니 아예 짐을 빼거나 한다. 그래서 늘 시끄러웠던 기숙사 공용공간도 사람 하나 없이 고요하다. 본격 외로움의 시간이다.


공식적인 학기는 끝났지만, 남은 과제들이 아직 많아서 해야 할 일은 많은데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조그만 일에도 자꾸 눈물이 쏟아질만큼 예민하다. 어쩌면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외로움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 시간들을 견뎌왔으려나. 예전에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 대해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그 분들도 참 외로웠겠다싶다. 비단 외국인 뿐만일까. 모두들 들뜨고 즐거워 보이는 이 시기에 혼자 보내는 사람들 그 누구든 많이 외로웠겠다며 괜한 오지랖까지 부려본다. 공감능력은 지능의 영역이라던데, 그보다는 경험의 영역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 외로움, 한 없이 가라앉는 우울, 남을 죽이고 싶을 만큼의 분노, 시기와 질투. 되도록이면 피해야 하는 감정들, 되도록이면 겪지 않아야 할 경험들이란 게 있다. 그 감정들이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고, 심한 경우 자기 자신을 집어삼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한 없이 나빠보이기만 하는 이런 감정들도 지나고 나면 그만의 깊이를 가지게 된다. 그게 때로는 타인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외로우면 힘껏 외로워해보고, 사돈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프면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로 아파도 해보고, 한 없이 우울하다면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서 이불 밖으로 일분일초라도 나오지 말아보는거다. 멀리 보면, 억지로 극복하고 억누르면서 감정을 거세하는 것보다 오는 감정을 있는 힘껏 받아들여 보는게 우리 나이테에 더 멋진 무늬를 새겨줄 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외로운 연말연시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거라 스스로 위안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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