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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Gray Dec 04. 2016

타인의 삶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이방인의 눈에는 편견 어린 시선이 가득하다


도심인 카트만두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들어가면 지역 커뮤니티가 나온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만나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순박함이 가득했다. 사람의 눈을 영혼이라 여기는 네팔 사람들이라, 그들 대부분의 눈에서는 순수한 영혼을 볼 수 있었다.


낯선 이방인에게 건네는 그들의 미소 속에서 평화와 안도를 느낄 수 있었다. 네팔 사람들의 삶 역시 나에게 많은 위안을 건넸다. 네팔 사람들은 대부분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각자 해야 할 일들을 충실하게 해나간다. 그러나 그들에게서는 어떠한 급박함이나 위태함도 느껴지지 않는다.


한 가지 조심스러운 건, 나는 그저 며칠 머물다 갈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삶이 평온하고 순탄하다고 지레짐작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은 그들 역시 누구보다 치열하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네팔 NGO 단체 리더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가난을 아는가? 그렇다면 가난을 겪어보았는가?'


나는 그들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 내 편견에 사로잡혀 현상을 섣부르게 판단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이런 나의 편견 어린 생각과 행동은 누군가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팔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지 자원봉사자들의 눈빛을 보고 있자면, 우리 윗세대가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리고 가난을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서 지독하게 공부에 매달렸던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나는 이미 주어진 좋은 환경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들이 부족하고 결핍된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네팔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구나 싶다가도, 주어진 것들로 가장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삶을 경시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타인의 삶을 편견 없이 바라본다는 것이 가능할까?

네팔에서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사는 평온하고 순박한 삶에 대해 배울 것이라 기대했건만, 기대와는 다른 질문을 안고 오게 되었다.


누군가의 삶을 바라본다는 것이 그렇다. 내 시각에서 너무나도 평온해 보이는 삶이 실상은 지루함으로 점철된 삶일 수도 있고, 너무나도 힘들어 보이는 삶이 실상은 열정으로 가득한 삶일 수도 있다. 나는 타인이 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내 편견 어린 시각으로 타인의 삶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항상 우리는 타인의 삶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타인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 안다고 해서, 타인의 생각과 느낌까지 똑같이 겪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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