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여행 단상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도 퇴사 후 자아를 찾겠노라 여행을 떠난 사람 중 한명이다.
익숙하고 안정적인 일상 속에서도 자신을 떠올리지 못하는데, 우왕좌왕 낯선 여행지에서 자아를 찾겠다니?
그럼에도 퇴사 여행이 의미가 있는 건,
지구 반대편에서도 흘러가는 일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모습이 매우 다양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그러니 나도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삶의 방식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전과 달리 무언가를 시도해보고 또 방향을 틀어보며 여러가지 가능성을 꿈꿀 수 있게 된다.
뭔가 거창한 나 자신과의 조우가 아니라도 좋다.
모르고 있던 새로운 형태의 삶을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굉장히 많은 선택지를 손에 쥐게 되니까 말이다.
여행 한가운데에서도 여전히 나는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고, 나의 다음 스텝에 대한 준비도, 방향도 완벽하지 않다.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뿐일만큼 불안하고 불확실하지만 내 건강한 몸과 마음, 떠나올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떠나올 수 있게 도와준 많은 사람들 그 모든 것에 감사하며,
퇴사여행이라는 귀한 쉼 덕분에 그간의 삶을 다시 한번 정돈하고 단순화할 수 있음에 또 한번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