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by Jane J


소란


기념일이다.


달력에 표시해 둔 것처럼

내 머릿속에

선명한 날.


미리

압박을 해 왔지만,


이번엔 어떨까.


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며

잡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퇴근하고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띡. 띡. 띡. 띡


현관문이 열렸다.

그는 빈손이었다.


'괜찮아.


사실

기대는 없었거든.


다만,

꽃 한 송이어도

행복했을 거야.


그 기억으로

지루한 일상을

버틸 수 있었을 텐데.'


날 보고 멈칫하고

다급하게 나간 그.


'밖엔 비가 마니와.


이미 늦었어.


이 저녁에 문 연 곳이

어디 있겠어.


그저 소소하게

웃고 싶었는데,


힘들기만 한 집안일에

내가 웃을 일은 별로 없거든.'


설거지하며

졸졸 흐르는 물소리만

적막함을 깰 뿐.


조용하다.


그 순간

철컥하고,


문이 열렸다.


습기 찬 안경,

비에 젖은 생쥐가 되어

신문지에 싸인

새빨간 장미 한 송이를 든 채로,


그가

왔다.



수줍게 건넨

그 꽃 한 송이에


한숨은

사라졌다.


그제야 비로소

서로의 눈 속에

미소가 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