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일에 치여 지친 몸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나를 보고
잔뜩 화가 난
아내의 표정에
화들짝 놀란다.
굳게 닫힌
입술.
그 침묵에
불안이
썰물처럼 밀려온다.
왜 그러지?
또 뭘까?
정적이 흐르고
짧은 시간 동안.
분주해진 머릿속,
태엽은 되감기가 된다.
기념일!!
또 잊고 있었다.
불혹을 넘겼지만,
아직도 서툴다.
신세를 한탄할
시간이 없다.
부랴 부랴
집 밖으로
뛰어 나간다.
비가 온다.
너무나도.
이미 늦은 시간인데,
꽃집은 열었을까?
다 끝났을까?
빗줄기가
세차게 내려
나를 다 적셨다.
내 몸이 젖는 건 괜찮지만,
빈손으로 돌아가
실망하는 그 눈을 볼 수 없다.
한 송이 꽃을
들고 가야 한다.
그녀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