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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구슬 Sep 05. 2024

저는 면접 프리패스상 입니다.

2. 프로 이직러의 비결

최근 면접을 앞둔 나는 20대 첫 면접을 볼 때와는 다르게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변수라는 건 우리 인생에 항상 있는 거였기에 명우디(희여고 정은 질때까지)단톡방에 떨린다며 톡을 남기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유리가 나에게 용기를 준다.


구슬이는 면접 프리패스상이라 걱정 안 해도 된다마~

무조건 합격이다 합격!


그 말에 떨렸던 마음이 녹으며 녹았던 자리에 자신감이 차 올랐다.






서울에서 창원으로 내려와 뭘 먹고살아야 할지 고민이었을 때 엄마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라고 했다.


"간호사도 아니고 무슨 간호조무사고.

안할란다."


"뭐라카노.

느그 서울고모는 50살에 간호조무사 자격증 따가 지금 내과에서 주사도 놓고 얼마나 잘하고 있다고.

완전 베테랑 다 됐다 카든데...

요즘은 요양병원도 많고 니 나이 들어서도 계속 일할 수 있고 좋을끼다."



그 말을 귓등으로 듣고 구직사이트를 이리저리 휘젓었다.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들어간 면세점에 재취업을 할까? 고민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사는 곳과 거리가 있어서 또 그 지옥 같던 출퇴근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이젠 딸까지 있으니 순간순간 예상치 못할 일도 생길 것이고 가까운 곳에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창원에 일자리가 너무 없었다.

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랬을까? 

이것저것 재고 나니 일할 곳이 없다. 앞길이 막막했다.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서울에서 약국직원으로 일한 경력을 빌미로 삼아 창원에서도 약국에서 일하는 게 편할 것 같았다.

마침 집 근처에 구인공고가 떴고 이력서를 넣었다.

60대 흰머리 약국장은 이때까지 면접본 사람 중에 1등이라며 나를 기대감으로 부풀게 했으나 합격 소식은 없었다.


나 면접 프리패스상 아니었어? 흥

막막한 나는 점을 보러 갔었더랬다.

남편 바람피울 걱정은 하지 말라던 그 돌팔이 점쟁이에게 점을 본 이후로 다시는 미신 따윈 믿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람 참 간사하지.

지금 이 점집은 다를 거라 생각하며 먼 곳까지 운전해서 다녀왔다.


다 필요 없고 제일 걱정인 건 취업이었다.

딸이랑 단둘이 먹고살아야 했으니까.


"저 취직할 수 있을까요...?"



"보자 보자... 5월에 하겠네!"



5월이면 취직을 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던 그 점쟁이 말을 들으며 여기도 돌팔이구나.

아니 내가 면접 본 곳이 없는데(약국은 광탈했고) 무슨 5월에 취업을 한다고 저렇게 호언장담을 할까?

아 내가 미쳤지 내가 왜 또 점을 보러 이곳까지 왔나 자책했다.

용하다고 소개해준 경미가 미울 정도였다.





막막했다.

엄마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지 않았나.

나는 곧장 간호조무사 학원으로 갔다.

등록을 하려고 한건 아니었고 그냥 상담만 받아볼 요량으로 갔는데 이미 어제부터 수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정원이 다 찼는데 오늘 마침 1명이 남편의 반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하늘의 기회일까?

나는 그 자리에서 바로 등록을 하고 예상치도 않은 간호조무사 자격증반에서 수업을 들었다.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했다.

20살부터 55살까지 열정으로 가득 찬 이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솟았다.

점심 같이 먹자며 나에게 먼저 마음을 열어준 20살 고은이는 싹싹하고 얼굴까지 예뻐서 우리 반 반장이 되었고, 나의 못난 경계심을 풀어주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며 밥 먹는 우리는 굉장히 친해졌고, 우리 집과 가까이 사는 미경언니는 집까지 나를 종종 데려다주었다.

이 언니는 프로 자격증취득러라며 자신을 소개했고,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 후 병원에서 일하다가 간호대에 입학했다고 건너 들었다.








그렇게 취직에 대한 미련을 잠시 접었다.

4월 30일 저녁 10시

자려고 누웠는데 면접 본 그 흰머리 약국장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부터 일할 수 있겠습니꺼?!"


그렇게 나는 5월 1일부터 약국에서 일하게 되었다.

처방전입력을 하고 약사가 조제를 하면 옆에서 도와주는 업무였다.

신기하게도 이번에는 점쟁이 말이 맞았다.

낮에는 약국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 공부를 했다.







약국에서 있었던 얘기는 정말 할 말이 많다.

앞으로 차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볼 생각이다.

그곳에서 소중한 인연도 만나고 자격증도 땄다.

2년가량 일한 후 병원에 이직했다.

병원 취업도 면접프리패스상 덕분에 쉽게 하고 경력을 쌓아 이직 후 실장이 되었다.

그곳은 알았으면 들어가지 않았을 가족이 함께 일하는 한의원이었고,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니 폐업은 예견된 곳이었다.

온갖 스트레스를 다 받아가며 일하면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그리고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다.

사람이 무서웠다. 


퇴직 후 몇 달간 쉴 요량이었지만 몸이 근질근질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동안 하고 싶었던 쿠팡 아르바이트나 해볼까? 공장은 어떨까?

마음 치유를 위해 단순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몇 번의 아르바이트를 했더니 다시 병원에서 일할 마음이 생겼다.


여름휴가와 곧 있을 추석 때문에 일자리가 많이 있진 않았지만 괜찮은 한의원이 눈에 띄었다.

역시 사람 보는 눈은 같은지 1명을 뽑는데 100명이 넘는 사람이 지원했다.



나는 면접프리패스상을 가지고 있다.

100명을 무찌르고 이곳에서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쓰고 있다.

환자가 없으면 게임을 해도 무방하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따라 게임은 싫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며 돈을 벌고 있다.


어제는 매일 오시는 60대 아주머니 두 분 중 한 분이 나보고 궁금한 게 있다고 하신다.


"혹시 결혼했습니까?"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저만치 정수기에 물을 마시던 나머지 한분이 말을 하신다.

"아이고~언니야 별게다 궁금하다!~


웃으며 네^^라고 대답하니,


"엄마야 진짜 결혼했으에?"

놀라신다.




'이혼했습니다.'

라고 말할 수도 없고, 에잇 다시 한번 말한다.

"네~ 결혼했어요~"


"아 결혼 안 했으면 우리 조카 소개해 줄라 캤지.

돈도 많고 잘생긴는데...ㅎㅎ"


"37살인데 왜 아직 장가를 안 가고 저리 있는지 모르겠다."




37살...

5살 연하잖아?

치료받고 나가시는 뒤꽁무니를 따라가 딸 한 명 있는데... 괜찮으신지 물어볼 뻔했다.







면접 프리패스상을 가진 박구슬,

연애도 프리패스로 가능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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