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사람이 좋아서 차를 합니다.
섬유를 다루시던 부모님 곁에서 자라며
무언가를 직접 만지고, 느끼고, 오감으로 경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 덕분에
늘 곁에는 차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차와 여행을 가까이하게 되었어요.
사람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일과 여행을 함께하는 삶을 꿈꾸며 대학교 진학 후 객실승무원이 되기를 꿈꿔왔습니다.
우수한 성적과 노력 그리고 열정에 비해 결국 원하는 직업을 갖지 못했고
당시 처음으로 실패와 좌절감 그리고 상실감까지 크게 느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제게 무한한 사랑과 영감을 주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고, 두 발을 제대로 딛는 날이 없을 만큼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더 씩씩해져야 한다고 자립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고 그렇게 저는 조금씩 진짜 내가 원하는 모습이 아닌 사회와 남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나를 만들어갔습니다. 진정 하고 싶은 일보다는 사회가 인정해주는 조건을 맞추기 위해 달려왔고 차를 시작하고 나서도 진심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차를 가지고 일하고 싶은 사람처럼 스스로를 포장해 세상에 보였던 것 같아요.
물론, 차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지만요.
차는 저에게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감각을 선물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재미와 즐거움 때로는 여행의 설렘까지 안겨주었습니다.
물을 끓이고, 찻잎을 고르고, 다구를 챙겨 자리에 앉아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들.
만약 차를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여전히 내면보다 외면에 집중하며
저를 채우는 일보다는 멋있는 일을 하며 바깥의 나를 통해 안정감과 인정을 찾으려 했을 거에요.
여전히 완벽한 결과를 쫓으며 과정의 즐거움을 놓치던 사람이었죠.
좋아하는 것에 대한 본질
즉 '차'를 깊이 파고들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어요. 외면의 시선보다 내면의 흐름에 귀 기울이게 되었고, 남의 선택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사람으로 변해갔습니다. 화려한 공간이나 특별한 무언가가 없어도 찻잔에 제 마음을 담아 보낸 시간의 가치가 훨씬 커졌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차를 곁에 두고 천천히 걸어가기로 했어요.
차는 언제나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어요. 차를 마시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내 일상도
내 마음 안도 가장 특별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차를 마주하고 앉아 있을 때 저는 가장 솔직한 저를 만나요.
차를 마시며 밥을 먹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의 미소를 보고 싶어 차를 우려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저에게 차는 여전히 사람이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맛있고 품질 좋은 차가 사람들의 마음에 닿기보다
제 진심이 닿기를 바라며 저는 오늘도 차를 우려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