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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Nov 24. 2022

도시락 6개

2. 장금이가 되었다

나이가 많아진다는 건 주변 사람들을 좀 더 배려하고 넉넉한 마음과 행동이 많아져야 하는 건 아닐까?

1일 1선을 반드시 하자는 아니고 가능하면 주변에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면 기꺼이 하자'라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나이라는 금고에 숫자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마음속 여유도 함께 생겨야 균형이 맞을 듯하다는 생각에 시작된 일이었다.


호주는 학생, 직장인 등 거의 공식 점심시간이 30분이다. 짧은 시간이라서 대부분 도시락을 준비한다.

올 4월부터 출근을 시작한 나도 당연히 도시락을 가지고 출근했다.

맞벌이하는 아들 내외가 매일 저녁 외식을 한다는 말을 듣고 가끔 집밥이 먹고 싶을 거라는 생각에 음식을 충분히 만들어서 늘 가져다주었다.

김치, 불고기, 제육볶음, 짜장, 카레, 국 종류부터 우리 집에서 먹는 모든 음식을 보냈는데 아들 내외는 점심으로 늘 컵라면을 먹었다.

도시락을 혼자 먹기 불편했던 나는 반찬을 보내지 않고 도시락 3개 (나, 아들, 며느리), 딸 1개, 남편 1개 5개의 도시락을 주 4일(내가 출근하는 날) 준비했다.




아들 약국에는 나를 포함 가족 3명과 호주인 20대 여성 A가 약사 어시스턴트로 근무하고 있다.

어느 날 점심으로 준비한 볶음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우는데 그 직원이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도시락을 쳐다보았다.

맛을 보라고 했더니 한입을 오물오물 먹으며 엄지손가락을 내 얼굴까지 들이밀었다. 어디서 본건 있어서 ㅎㅎ. 태국, 중국등 아시안 어느 식당에서 먹었던 볶음밥보다 맛있다고 했다.

그다음 날부터 도시락이 한 개 더 늘었다. 6개.

내가 도시락을 준비할 때면 남편은 '내 점심은?' 하고 물어보았다. 당신 도시락도 여기 싸놓았으니 게임을 하다 배고프면 먹으라고 했더니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래서 주 4일 6개의 도시락을 싸는 나는 이번 주 메뉴가 김밥이다.

무와 오이를 썰어 천연 사과식초로 새콤달콤 만들고 재료 준비만 반나절 걸린다. 맛은 어떻게 해보겠는데 요리 시간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들 부부와 A는 참치김밥, 식단을 하는 딸은 마요네즈 없는 참치김밥, 참치 싫어하는 남편은 매운 스팸 김밥,

당근을 먹지 못하는 나는 스팸도 싫어한다. 야채가 듬뿍 들어간 야채 김밥. 남편은 아침도 김밥 먹고 싶다고 해서 오늘은 7줄 쌌다. 휴~ 약간 힘들지만, 많이 힘들어지면 한 달 정도 도시락 없는 날을 만들까 생각 중이다.



한국문화와 다르게 더치페이가 당연한 호주에서 '한국의 정은 이런 것이여'라며 도시락을 건넸지만 얼마나 부담스러워하는지 그녀는 먹지 않으려고 했다. 입에 맞지 않으면 먹지 말라고 하자 너무 맛있는데 미안해서 못 먹겠다는 A.

도시락으로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아들에게 물어보니 A에게 잘 설명할 테니 직원 복지 차원에서 최고라며 도시락을 계속 부탁했다.  

A는 남편이 모든 요리를 하므로(호주 남자들은 직장도 다니면서 대부분 요리, 빨래, 청소 직접 함) 음식은 못 한다며 도시락이 맛있다고 감사 인사 또한 항상 잊지 않는다.


A는 가끔 주 4일 중 하루는 샌드위치를 가져온다. 내가 건넨 도시락을 냉장고에 넣으며 '오늘은 자신이 가져온 점심을 먹고 이건 내일 먹을 게 고마워 제인'이라고 말했다.

유일하게 나의 일손을 하루 덜어주는 그녀가 고마웠다. 7개월째 지속되는 도시락, 익숙하면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그녀. A로 인해서 익숙함에 감사함이 사라진 나의 행동은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런 시간을 만들어 준 그녀가 오히려 더 고맙다. 순간에도 배우고 평생 배우고 때때로 배우면 이렇게 기쁨이 넘쳐난다.




김치볶음밥을 싸는 날, 그녀의 도시락은 떡갈비였다. 혹시 몰라 한 스푼 정도의 김치볶음밥을 그녀의 도시락에 넣으며 맛을 보고 맛있으면 내일 가져오겠다고 했더니 엄청 맛있단다.

떡꼬치도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그녀는 재료를 어디서 사는지 물었다. 한국 마켓 위치를 알려주었다.

A는 한국 슈퍼에서 삼겹살, 소고기, 고기 양념장을 사서 바비큐를 했는데 엄청 맛있다며 김치도 샀다고 했다. 그 뒤로 김치 담글 때마다 한 통씩 그녀에게 준다.


호주는 자체 전통음식이 없다. 그녀는 한국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고 인심도 좋으며 특히 한국의 '정' ,

무엇이라 표현하기 어려운 그러나 사랑보다 더 좋은 우리나라 단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 줄 요약: 한국의 정은 나누며 함께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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