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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Nov 29. 2022

청경채 김치

3. 장금이가 되었다.

얼갈이배추를 좋아하는 나는 한국에 다녀올 때 농협에서 여러 가지 씨앗을 사 왔다.

그중에 가장 먹고 싶었던 얼갈이배추와 냉이 씨를 심었다. 텃밭을 다듬고 얼갈이 배추씨를 심으며 마음은 벌써 수확의 밭에 가 있다.

얼갈이를 겉절이도 하고 데쳐서 된장국도 끓이고 냉이는 된장국도 물론 맛있지만, 된장과 고추장으로 간을 해서 매운 고추와 참기름, 깨를 뿌리면 그야말로 둘이 먹다가 하나가 나를 때려도 모를 거라 생각했다.

과한 진도 탓에 입에 침이 고이더니 어느새 주르륵 흘렀다.

헐 뭐지!! 혹시 중풍의 전조증상? 얼굴을 꼬집었더니 아팠다. 휴~ 다행이라고 중얼거리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잔잔한 기쁨.


보통 씨를 뿌리고 일 이주 사이에 싹이 올라오기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물도 주고 언제쯤 오려나 마중도 자주 나갔다.

모든 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랑과 정성이 이 녀석들에게도 필요했다.

일주일 ~ 이주일 ~ 삼주일 ~ 한 달이 지나도 시커먼 흙을 뒤집어쓰고 있는 씨앗들은 바깥세상이 궁금하지 않은 듯했다.

두 달쯤 지났을 때 자료를 찾아보니 냉이야 당연히 겨울 식품이고 얼갈이배추의 다른 이름이 겨울 배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겨울에도 영상인 이곳에서 냉이와 얼갈이 배추씨는 흙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자는지 죽었는지 내 손으로 무덤을 만들어 준 건 아닌지 물어봐도 대답이 없는 씨앗들.

해외여행 간다고 어쩌면 조금은 들떴을지도 모를 씨앗들에게 미안했다.


여기서 포기할 장금이가 아니었다. 꿩 대신 닭이라도 먹어야지!!

비타민 A와 청경채라는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씨를 심었다. 이 녀석은 참으로 효자였다. 씨를 뿌리고 며칠 비가 왔는데 3일 만에 싹이 났다.

발소리를 매일 들려주며 잘 큰다고 칭찬도 날려주고 비와 번갈아 가며 물도 주었더니 기특하게도 쑥쑥 잘 자랐다.

청경채를 뽑아 다듬고 소금에 절였다. 배추김치도 함께 담그는 날.

남편은 장금이의 보조로 꽤 훌륭했다.

음식 만들 때만큼은 신하가 한 명 있는 대궐에 왕이 되는 나는 큰 그릇 가져와라, 각종 양념을 가져와라, 넣어라, 김치통 가져와라 무엇이건 명령만 내리면 그 신하는 군소리 없이 일을 수행했다.

이 맛에 요리가 신나는 일이 되었을까? ㅎㅎ


자이글 위에서 껍질까지 붙은 통통한 오겹살이 지글지글 끓고 있다.

청경채 겉절이와 배추겉절이를 곁들여 입속에 넣으면 우리 가족은 어느새

흰구름 위에 둥둥 떠 있다. 시원한 소맥 한잔으로 구름 위에서 그네를 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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