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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Oct 10. 2022

나를 칭찬해

학교급식(2)

교장 선생님은 납품 업체를 교사와 학부모가 공개 입찰을 통해 식품사를 선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언제쯤 가능할지 날짜를 정확히 잡아서 다음 날까지 알려달라고 하며 교장실에서 나왔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딸이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가지고 왔다.

학교급식 식품회사 입찰 일정과 관심 있는 학부모는 참석 여부를 신청하라는 통신문이었다.

해당일에 학교를 방문, 가장 깨끗하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유명 업체들이 입찰을 통해

결정되었다.




입찰을 마치고 나오는데 학생주임 선생님이 차 한잔하자며 상담실로 안내했다.

그 선생님은 기왕 회장님께서 이렇게 나서 주셨으니 급식 배식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주시면 어떻겠냐고 했다.

또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인가!! 휴~

다른 학교는 학생들이 교실에서 급식했다. 아들 학교에서 보았기 때문에 6번 학교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았다. 이 학교는 식당에 가서 식사하는데 문제는 고등학생이 먼저 식사하고 그다음이 중학생 순서이기 때문에 시간 조절 문제도 있고 인원이 많아서 복잡함은 물론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타학교처럼 중학생은 교실에서 급식을 할 수 있도록 어머니회에서 힘을 써주시면 좋겠다며 교장 선생님께는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또다시 쌈닭이 되어야 했다. 그래도 문제가 있으면 해결해야 하고 그 후에 이이들이나 교사들이 편리하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교장 선생님께 정식으로 건의했고 '힘드시면 직접 교육청에 할까요'라고 했더니 신속하게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한 달쯤 지나서 교육청에서 교실 급식을 할 수 있는 음식 운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하는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공사는 방학 중에 가능하다고 했다.

여름방학 중에 학교에 가보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방학이 끝나고 첫 급식을 함께 하자고 교장실에서 연락이 왔다. 학교에 가보니 이제 완벽했다.

청결하고 깔끔한 음식 재료에 편하게 점심을 먹는 아이들을 보자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내 할 일은 정말 다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좋았다.

다른 임원들도 감사 인사를 하며 몇십 년 전부터 급식을 바꿔 보려는 엄마들은 많았으나 교장 선생님께 눈총만 받고 해결도 못 하고 끝이 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며 중간에 포기하고 함께하지 못했음을 사과했다.

학교에 가도 딸 얼굴 한 번, 담임선생님 얼굴도 제대로 본적 없이 바빴던 1학년 9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두 달쯤 지났을까 학생주임 선생님이 또 전화를 하셨다. 사람들 눈도 있고 해서 만나는 건 어렵고 또 부탁이 있다고 했다.

교장 선생님께서 여학생 머리를 단발로 하자는 규정을 만들었고 곧 발표할 예정인데 타 학교는 두발 자율화이며, 나라 전체가 두발 자율화를 하고 있는 현재 상태를 설명했다.

선생님들은 반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또 어머니회에서 해결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조용히 임원들을 소집해서 의견을 물었더니 이번에는 많은 엄마가 무슨 소리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문제가 터져야 수습할 수 있으므로 단발령 규정이 발표될 때까지 기다렸다.

아이들이 더 난리였다. 어머니회의 의견을 정중히 설명하고 학생도 부모들도 다 반대하는 단발을 꼭 해야 하는지, 그 규정은 학생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교장 선생님을 위한 규정은 혹시 아닌지 생각해달라고 했다.

연세가 있는 교장 선생님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했다. 학생들이 머리를 기르면서 곱슬머리라며 파마하는 학생도 있고 염색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골칫덩어리 머리를 단발로 규정화해서 학생들의 관심을 공부에 전념 하도록 하려는 마음이겠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라고 생각했다. 개성이 강하고 우리 세대와도 차이가 있는데 하물며 교장 선생님과의 세대 차이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중학생 아닌가!!

교장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다며 자리를 떠났다. 며칠 후 모두의 의견에 따라 단발령은 없었던 걸로 하겠다고 했다.



그 후로도 작지만 소소한 개선을 위해 어머니회는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1년간의 길고 긴 여정이 마무리되었다. 내년에도 또 부탁한다고 했지만 악역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상황이므로 정중히 거절했다.

이 일이 끝나고 나자 남편은 내가 무섭다고 했다. 처음에는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끝을 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학교에 잘 보일 일이 없었기 때문에 용감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엄마라면 자식의 안전을 위해 못 할 것이 없지 않을까?


한 줄 요약: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내가 편하려면 먼저 주변을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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