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보글보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jeong Nov 07. 2022

유언장을 써볼까 생각하니

사는 이야기

귀천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유언장이라는 주제 앞에 브런치 글쓰기 창을 열고 하얀 화면 앞에 마주 앉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천상병 님의 귀천이라는 시.

나의 인생을 한줄로 요약해 놓고 살아보면  어떨까!


한 줄 요약: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주교에서는 자신의 죽음을 체험하는 커리큘럼이 있다. 필자도 말로만 들었지 직접 참여하지 못했으므로

참가했던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언장을 작성하고 관 앞에서 자신이 작성한 유언장을 읽고 관에 누워보는 체험.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쏟아내는 눈물로 바다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내가 만일 십여 년 전쯤에 이 글을 썼다면 하얀 노트북 화면 앞에 눈길만 머물 뿐 글을 시작도 못 했을 것 같다. 써야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시작할 수 없는 상태.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썼다면 아마도 내 앞에 눈물이라는 이름의 바다를 보았을 거로 생각한다.


다행히 나에 관해 공부하는 과정을 지나며 고단했던 나를 위로하며 울고 상처받았던 나를 만나서 울고 몸살을 앓던 시간도 보냈다. 공부를 어느 정도 마친 상태라서 그런지 귀천이라는 아름다운 시가 이글의 처음을 장식할 수 있었다.


요즘은 세월이 좋아진 탓인지 잘난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그런지 노년에는 죽음에 대한 준비와 과정을 미리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정보와 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죽음은 거실에 있다가 안방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라는 말을 공감한다.

그리고 '건강한 사람이 건강하게 죽는다'라는 말도 공감한다. 즉 하루를 잘 보내고 자다가 꿈속에서 맞이하는 인생의 끝이 얼마나 평화로울지 상상해보라.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삶은 아니지만 건강하고 소박하게 잘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말이 씨가 되라고 하는 말인데 엄마는 자다가 하늘로 갈 거야'라고 아이들에게 가끔 말하곤 한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우리나라 어느 산이든 수목장하고 싶지만 아이들이 사는 곳에 묻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연명치료 거부하기. 시신 기증하기 이 두 가지는 꼭 하고 싶다. 단 나보다 인생을 더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과 충분한 대화를 하고 난 후 결정하고 싶다.


내가 하는 일 중에 환자들에게 약을 전해주는 시간으로 일주일에 약 10시간 정도를 보내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은 환자들을 자주 만나서 그런지 건강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나로서는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매일 체험한다.

건강관리는 건강할 때 해야 한다는 말을 항상 지니고 다니는 나라서 관리도 잘하는 편이고 죽음 또한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이 내게 온다면 며칠 전 보았던 자카렌다 꽃이 바람이 청혼한 손을 잡고 살랑살랑 춤추다가 잔디밭에 앉는 순간처럼 아름답게 오지 않을까?



한 줄 요약: 잘 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죽음이 두렵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