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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Nov 14. 2022

장금이가 되었다

엄마가 만들어준 입맛

코로나로 발이 묶인 지 3년이 되어간다. 일 년에 한두 번은 필요한 물건도 가져올 겸 가족이나 친구도 볼 겸 한국에 다니러 가곤 했다. 2019년 12월에 입국하고 코로나 시대로 이어지며 직항 운항이 중단되었다. 코로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문제는 고추장, 된장 등 단 한 번도 구입해서 먹어본 적이 없는 나는 가지고 있던 모든 양념이 떨어졌다.

파는 것도 맛있다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한국 슈퍼에서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조선간장 등을 샀다.

다른 종류도 입에 맞지 않았지만, 특히 된장은 어릴 적부터 먹었던 전통 장맛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컸다. 식품회사별로 모두 구입을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자의 반 타의 반 호주라는 나라에 살게 된 이상 집밥을 만들어야 했다.

음식을 만드는 생각을 하니 떠오르는 사건이 하나 있다.

결혼 후 둘이 살 때였다. 퇴근길에 저녁 하려고 장을 봤다. 오후 6시부터 음식을 시작했다. 배고프다며 보채는 남편에게 어떤 음식인지 모르고 상을 받으면 더 맛있다며 주방 근처는 얼씬도 못 하게 했다. 대단한 요리를 기대하게 만든 건 아닌지! 밥하고 콩나물 무치고 콩나물국을 끓였는데 오후 9시가 되었다.

남편은 차린 식탁을 보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이런 내가 집밥을 만들기 위한 여정이 그것도 하루 세끼를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신기하다.

몇십 년을 가정주부로 살았지만, 엄마와 함께 살아서 그런지 아이들 음식을 제외하고는 엄마의 보조 역할에 지나지 않았던 나였기에 막막했다.


도전!!


그중에서도 오늘은 된장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원하는 레시피를 다 볼 수 있는 유*브에서 된장 만들기를 검색했다.

어릴 적부터 할머니를 거쳐서 엄마까지 보아 온 것도 있고 유*브도 있으니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하며 엄마의 된장 맛과 비슷하게는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문제는 계절이 한국과 정 반대라서 김장 끝나고 콩을 삶아서 메주를 만들었던 기억과 유*브 영상을 비교하며 호주 달력을 펴고 여기에 맞는 시기와 방법을 만들었다.

6월부터 8월까지 한겨울이므로 6월 중순에 콩을 샀다.

어릴 적 생각도 나면서 나름 재미있기도 하고 기대 반 경험 반 일단 만들어 보기로 했다.

1. 불량 콩을 골라낸다.

2. 깨끗이 씻어서 삶는다. (6시간~9시간)

3. 대야에 담아서 빻는다.

4. 메주 모양을 만든다.

5.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메주의 여섯 면을 골고루 말린다. (2주 정도)

6. 말린 메주 사이에 볏짚을 넣고 말린다 (30~45일 정도)

볏짚을 사러 갔으나 구할 수 없어서 귀리 짚으로 대신 사용했다. 귀리 짚에 있는 균과 메주가 만나 하얀 곰팡이가 피며 완벽한 메주로 성장한다.

7. 소금물을 만든다.

간수를 뺀 천일염과 물을 섞는다. 물의 농도는 계란을 깨끗이 씻어서 담갔을 때 그 표면이 물 위로 오백 원짜리 동전만큼 떠오를 면 가장 적당하다.

8. 잘 마른 메주를 씻어서 소금물 담은 항아리에 넣는다.

9. 메주가 소금물에 잠기게 한다. 숯, 마른 고추를 넣는다.

10. 면 보자기를 씌워 둘레를 끈으로 묶는다. (45일~60일)

11. 된장 가르기.

메주를 대야에 건지고 채에 간장을 걸러서 맑게 만든다.

건진 메주를 덩어리 없이 만들고 묵은 된장 두 대접 정도를 섞어 반죽한다. 맛있고 빠른 숙성을 위해 간장에도 같은 양의 묵은 간장을 추가한다.

12. 반죽한 된장을 항아리에 넣고 김을 여러 장 올린 후 그 위에 천일염으로 덮어 곤충의 피해를 막는다.

13. 간장, 된장 항아리에 면포를 씌워 해가 좋은 날 뚜껑을 열어 햇볕을 항아리에 담는다.





이 과정은 최소 백일 이상 필요하다.

그 사이 메주에게 많은 친구가 놀러 왔다.

촉촉한 이슬도 다녀가고 비가 우는 소리도 듣고 은은한 달빛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번개가 욱하며 지르는 천둥이 소리, 귀리 짚을 뚫고 들어오는 칼바람도 맞으며 하얗고 하얀 꽃을 피웠다.


2020년에는 첫 실습이라서 그런지 정상 기대량에 비해 반 정도 나왔다. 메주 발효과정에서 검은 곰팡이가 피면 된장이나 간장의 쓴맛의 원인이 된다는 영상을 보고 검은 부분을 모두 떼어 냈기 때문이었다.

2021년은 전년도 보다 맛도 좋아졌고 양도 많았다.

올해는 엄마가 만약 된장 맛을 보았다면 엄마보다 낫다고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고 어릴 적 추억의 맛이 더해진 된장찌개 덕분에 입꼬리가 up up!!




친구들이 어떻게 그런 엄청난 일을 했냐고 물었다. 평생 일을 했던 나라서 그런지 가정을 직장이라고 생각하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건 나의 직업이다.

한국에서는 재래식 장류를 구하기 쉽지만, 이곳은 불가능하기에 도전만이 해결 방법이었다.


자세한 레시피는 유*브에 있으므로 거의 생략했다.


한 줄 요약: 도전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다. 지금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알았다면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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