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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Feb 07. 2023

태교에서 육아로

거꾸로 쓰는 육아일기

19**년 7월 7일 출산 예정일 아침.


남편은 승진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마지막 정리과정을 하느라 하루가 바빴다.


준비해 둔 출산 후 사용할 물건들을 하나하나 다시 확인했다.

배냇저고리와 면 기저귀를 준비하면서 햇볕과 바람에 말리며 들었던 음악들이 차곡차곡 푸실푸실 한 면 기저귀 사이에 숨었다가 흥얼거리며 나풀거렸다.

점심을 먹고 오후 5시가 넘어갈 때쯤 더위에 흘린 땀도 씻고 휴식 겸 낮잠을 자려고 샤워하는데 양수가 터졌다. 너무 놀라서 병원에 전화했더니 입원 준비해서 오라고 했다.


병원은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고 나의 출산보다는 자신들의 퇴근이 급한 듯 바빠 보였다. 양수가 터지면 24시간 이내에 자연 진통한다고 했지만, 그들은 기다림 대신 촉진제를 선택했다. 그때부터 진통은 나의 컨트롤 밖에 있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진통의 고통은 병원의 지붕을 들었다 놓았고 남편은 승진시험을 위해 암기했던 많은 내용이 머릿속을 빠져나갔다고 했다.


밤 11시 45분, 아이의 울음소리도 듣지 못하고 하얀 손수건을 내 입에 댄 것 같았는데 병실이었다.

똘이는 지난 열 달 동안 엄청났던 식욕과 상관없다는 듯 2.8kg이었다. 그래도 눈을 똑바로 뜨고 사람도 쳐다보는 것 같다며 건강 상태가 좋다고 했다.

병원 치료를 받아본 적도, 약 한 번 복용해 본 적 없는 나는 그동안 건강했던 시간에게 밀린 숙제를 해야만 하는 처럼 불편하고 힘든 나날이었다. 그래도 옆에서 평화로움의 단어를 여기저기 펼쳐놓고 쌕쌕거리며 잠든 똘이가 나의 회복을 적극적으로 컨트롤하며 위로했다.


똘이는 목욕하는 것을 좋아했다. 따끈한 물에 아침저녁으로 씻기고 모유만 먹었는데 턱이 두 개 세 개 생기면서 우량아가 되었다.

하루 22시간 정도 수면시간이 필요한 신생아이므로 음악과 동요를 틀어주거나 불러주었고 동화책을 틈틈이 읽어주었다. 똘이가 졸린 순간마다 동요를 불러주며 재웠더니 단 한 번도 보채는 일 없이 졸린듯하면 동요를 불렀고 노래를 들으며 스르르 잠들고 푹 자고 일어나면 손과 발을 수영하듯 움직이며 모빌을 따라 신기한 듯 잘 놀았다.

병원, 책, 선배들에게 배운 대로 시간 맞춰 먹이고 뱃속에서도 들었던 동요나 목소리를 늘 들려준 탓인지 똘이는 보채는 모습도 우는 소리도 들려주지 않았다.


딸 셋을 엄마, 첫 딸인 언니가 딸 둘 낳았고 둘째 딸인 내가 출산한 똘이 기저귀를 바꿀 때면 '이렇게 귀하고 귀한 고추를 달고 나온 녀석이 내 손자라니' 하며 엄마의 입꼬리는 늘 하늘 높은 줄 몰랐다. 똘이의 백일을 겨우 넘기고 출근했고 엄마의 과보호와 동생의 돌봄으로 똘이는 하루하루를 편하게 받아들이며 잘 컸다.

퇴근하면 남편과 내가 똘이를 돌보고 밤에도 몇 차례 먹이고 다독이며 가족 네 명이 똘이의 육아를 위해 밤낮으로 함께했다.

첫겨울을 만나는 똘이를 옷과 이불로 완전무장하고 놀이터에 있는 시소도 타고 그네도 타며 '똘아 엄마가 이야기했던 겨울을 만나는 거야. 춥지?' 시소를 그네를 말하고 설명했다.

가족이 수다쟁이여서 그랬을까? 돌 전부터 표현하는 단어들을 적어 보니 백 개가 넘었다.


어느 날은 헤어샾에서 파마도 하고 머리 길이도 정리하고 현관문을 열며 늘 습관처럼 똘이를 부르며 함박웃음을 보냈다. 아장아장 걸어온 똘이는 내 머리를 한참 보더니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똘이를 안았더니 내 머리카락을 만지며 신난 듯 생글생글.

남편은 바뀐 나의 헤어스타일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1년도 되지 않은 똘이는 이쁘다는 듯 내 볼에 쪽쪽 소리를 내며 뜨겁게 반응했다.

가족만 믿고 세상에 와준 똘이가 객관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육아는 나중에,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지금 해야만 하는 일을 하나하나 함께했다.



한 줄 요약: 태아가 낯선 환경에 편하게 스며들도록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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