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jeong Mar 15. 2023

육아의 시작(4세 이전)

거꾸로 쓰는 육아일기

맞벌이 부부이므로 육아의 분담이 필요했다.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남편은 주로 아이와 놀거나 책을 읽어주었고, 이유식을 만들고 저녁을 먹고 난 후의 뒷정리 등은 나의 일이었다.

아들은 움직임에 비해 먹는 양이 늘 부족했다. 엄마는 아이의 아침을 먹이고 나면 곧 점심때가 된다는 말을 자주 했다. 주말 육아는 오직 우리 부부의 책임이었고 끼니를 먹이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 엄마가 주말여행이라도 다녀오면 아들을 보며 이틀 사이에 살이 빠졌다며 속상해 하곤 했다.

밥을 입에 물면 곤죽이 되도록 씹고 또 씹으며 삼키지 않는 아이를 몇 시간씩 붙들고 먹이지 못했다. 식욕을 좋게 해주기로 유명하다는 한의원을 소개받아 침을 맞기도 했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아지진 않았다.

입맛 까다로운 아이를 키우느라 고생한 엄마의 사랑에 다시 한번 두 손을 모아본다.


함박웃음 아이와 마주치는 순간 자동으로 입꼬리가 올라갔고 아이도 눈을 마주치면 미소가 자동으로 입력된 듯 온 얼굴에 퍼졌다.

책과 늘 함께했다.

책을 성우처럼 읽어주어서 그런지 눈만 마주치면 책을 가리켰다.

피곤하기도 하고 한 시간 정도 책을 읽다 보면 목이 아프기도 해서 책을 숨기고 싶기도 했다.

문제는 돌 전부터 단어를 말하기 시작하니 '책, 책, 책'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아빠한테 읽어달라고 해'라고 하면 아빠한테로 갔다가 재미없게 읽어주면 책을 들고 다시 왔다. 가끔은 자는 척을 했던 기억도 있다.

창작 동화책은 그림만 있고 페이지마다 이야기를 만들었다. 가족 모두 이야기가 달랐지만, 아이의 이야기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을 표현하곤 했다.

동화책도 다양하게 전래동화를 많이 읽어서 그랬을까? 흔한 말로 떼를 쓰거나 불만을 표현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가끔 아이들이 길에서 울고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면 우리 아이들은 그런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우는 아이나 부모 모두 힘들고 안타까워 보였다.

딸 사진 중에 우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한 장 있다. 그것도 자는 아이를 일부러 깨웠다. 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동생하고 이야기하다가 우는 모습을 남기기 위해 자는 딸을 만지작거리며 깨웠더니 그것도 딱 한 번 '엥~'하고 찡그리는 모습을 순간에 담긴 했다.




취침 시간은 거의 9시를 잘 지켰고 자장가로 늘 재워 버릇해서인지 일정한 시간이 되면 침대로 올라가서 스스로 잤다.

자장가 중에 가장 많이 불렀던 동요는

숲속 작은집 창가에 작은 아이가 섰는데

토끼 한 마리가 뛰어와 문 두드리며 하는 말

여보세요 여보세요 저 좀 숨겨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포수가 와서 빵 쏜 데요

작은 토끼야 들어와 편히 쉬어라~

(원래 가사와 약간 다를 수 있음)

아빠와 크레파스 동요를 가장 좋아함.


엄마와 아이가 잠들면 집 근처에서 생맥주 한 잔으로 하루의 고단함을 마시기도 했다.




주말은 철저한 야외활동을 했다.

걷지 못할 때는 유모차나 아기 띠를 이용해서 집 주변의 시설이나 가까운 산, 공원 등을 다니며 많이 볼 수 있게 했다.

걷기 시작하면서 광장초등학교가 집 앞이었으므로 주중에는 공놀이와 주로 운동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봄가을로 동물원, 식물원,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에 다니고 주말이나 연휴가 생기면 무조건 여행을 갔다.

차 안에서 가장 많이 했던 놀이는 스무고개, 끝말 이어가기였다. 아이들이 크면서 사용하는 단어들이 다양하게 발전하는 모습이 늘 새로웠다.


호텔이나 넓은 펜션에 묵었던 여행은 별로 기억에 없다는 아들. 어느 날인가 속리산에 갔을 때 숙소가 없어서 민박집까지 찾아다녔지만, 방이 없었다. 은행나무가 속리산 길이며 온 동네를 노랗게 칠해놓고 가을맞이 나온 수많은 사람의 얼굴에는 개나리꽃이 활짝 피었다.

한 민박집에서 할머니가 안방에서 혼자 잔다며 같이 잘 수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좋다고 했다. 성인이 된 지금도 편한 호텔보다 속리산 민박집 할머니 안방에서의 하루가 또렷이 기억나는 가장 그리운 숙소 중에 하나라고 했다. 기억은 평범한 일상보다 특별한 경험을 간직하길 좋아하는 걸까?


자연과 가깝게 자연에 스며들게 자연이 주는 소리와 모습을 배울 수 있도록 시간을 가졌다.



한 줄 요약: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이전 03화 태교에서 육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