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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Mar 09. 2023

백마 탄 공주

사는 이야기

자카렌다 나뭇잎이 진주를 안고 있다


무슨 일이야 앵무새들 목청에 불이 났다

남자친구와 또 헤어졌어

밤새 안고 있던 진주알들이 자카렌다 얼굴에서 미끄럼을 탄다


넌 언제 철들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했지

나비와 벌은 키가 작아서

구름이는 무지개를 닮아 속을 알 수 없고

비를 만나면 슬퍼지

바람은 한결같지 않다고


번개 성격이 남자답고 박력 있다나

앞뒤 가리지 않고 고백했지

천둥을 달고 다니는 줄도 모르고



태양이는 항상 밝다며 물 불 안 가리고 달려가더니

온몸에 화상 입고 새살 돋을 때까지 고생하다가

남자를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하더니


진주의 흔적이 온기를 잃을 때쯤

얼굴을 닦는 자카렌다

이게 뭐지

부드럽고 날 위로하며 조용조용 다독다독

속삭이듯 달콤한

나를 순한 양으로 만드는


안개랑 결혼할래


산책길이 외롭다. 모두 소리를 감추고 나도 따라서 발끝을 들었다.

자카렌다 나무가 간신히 잡고 있던 진주를 툭 떨어뜨리자 후드득후드득 소리가 고요를 밀어냈다.

어디선가 앵무새 무리가 자카렌다 나무에 앉아 노래와 걱정을 반반씩 섞인 소리를 글로 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앵무새들이 모두 날아갔다. 한 마리도 남지 않고 할 말을 잃었을까?



한 줄 요약: 나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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