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jeong May 22. 2023

나도 엄마가 있었다면

사는 이야기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정말 강하다.

나의 엄마도 그랬고 그 모습을 보고 자란 나 역시 딸과 며느리에 비하면 천하장사다.

나의 근무 시간은 하루 5시간 정도로 짧지만 주 4일 근무에 출퇴근 시간은 왕복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퇴근길에 운동하고 하루 세 끼 식사, 도시락을 싸다 보면 가끔 많이 피곤한 날이 있다.


사람마다 가장 약한 신체 부위가 있듯이 유전적으로 나와 살고 있는 CSID. (선천성 수크라제 이소말타아제 결핍증) 이는 쉽게 말해 수크라제, 이소말타아제라는 당분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아주 약한 사람이다.

현대의학 덕분에 나의 병명을 알게 되었지만, 아버지와 작은아버지 한 분이 위암으로 사망한 걸 보면 나 역시 관리가 소홀하면 언제든지 위암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두 가지 당분이 몇 가지 야채와 대부분의 과일에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그 흔한 고구마, 감자, 단호박, 당근, 양파도 금지 식품이고 과일은 모든 베리류(딸기, 블루베리, 체리, 블랙베리 등) 배, 포도, 키위, 석류만 먹어야 한다. 밀가루도 글루틴프리, 우유도 락토스프리만 섭취 가능 식품이다. 이렇다 보니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 너무 먹고 싶어서 컨디션 좋은 날은 조금씩 먹기도 한다. 그런 날이 지속되면 위장에서 슬슬 말을 걸어온다 "너 내가 여기 살고 있는 거 잊었니?"


내 몸의 대통령은 바로 나! (사람의 몸에는 백명의 의사가 산다 - 서재걸) 자연치료 의학회 회장인 서재걸 전문의는 이렇게 말했다. 금지 식품을 조금 먹거나 운동을 무리하게 해도 대부분 문제가 없다. 유전병까지 가지 않게 면역이 알아서 처리하는 경계가 분명 있다. 내 몸의 정치를 잘하려면 수면의 질이나 양이 부족하고 피로감이 있는 상태에서 금지 식품을 섭취하거나 무리한 운동을 하지 말고 무조건 휴식해야 하고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은 피해야 한다. 그래서 내 몸에게 지지율 100% 받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


오늘은 약간 피곤한 듯하여 퇴근하면서 외식으로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음식점들이 오후 5시에서 5시 30분에 영업을 시작하고 적당한 음식점을 찾지 못하고 집으로 왔다.

이타적인 편인 내가 이기적인 순간이 되었다면 엄마 생각이 났을 때이다. 나도 엄마가 있었다면 엄마 나 좀 쉴게 하고 방으로 들어갈 수 있을 텐데.

시인의 나이 3세 때 사망한 엄마를 평생 그리워한 시인 정채봉 님의 시. 눈을 감고 만지작거렸다.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 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 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계란찜을 만들어서 저녁을 먹었다. 카레를 만들기 위해 구입해 온 여러 가지 재료들을 보니 지난주 소문난 맛집을 찾아갔을 때 음식점 출입문에 closed라고 걸어놓은 안내판이 생각났다.

나도 그 안내판을 방문에 걸어 놓고 들어가서 눕고 싶었다.

당연히 그렇게 할 수도 있었지만, 오늘따라 남편도 몸살 기운이 있다며 누워있고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오겠다고 연락이 온 딸에게 나의 상태를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 나는 스스로를 지키고 보호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저녁 식사 후 남은 계란찜으로 도시락을 최대한 준비하고 부족한 것은 컵라면으로 대체하거나 약국 옆 식당에서 take away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쉬었다.

늦게 돌아온 딸도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갔고 나를 믿고 아프다고 피곤하다고 말할 수 있는 남편과 딸을 보니 엄마가 있다면 나도 저렇게 할 거라는 생각에 '엄마 미안해'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행복한 순간에는 자식과 남편이 떠오르고 몸이 고달플 때는 엄마가 생각나는 이기적인 나!

너네는 좋겠다! 엄마가 아내가 있어서 말만 하면 다해주니까.



한 줄 요약: 엄마의 사랑은 마르지 않는 샘물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새우 버섯 덮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