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jeong May 15. 2023

새우 버섯 덮밥

도시락 반찬

도시락 메뉴를 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지난주에 나의 도시락 메뉴 중 가장 맛있고 다시 먹어보고 싶은 음식을 8명(직원과 가족)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단골 메뉴는 다음과 같다.

카레밥.

짜장밥.

김밥.

김치볶음밥.

새우, 버섯 덮밥.

제육 덮밥.

불고기덮밥.

계란말이, 스팸.

이 중에서 1등이 무려 7명의 선택을 받은 새우, 버섯 덮밥이다.


나의 월요일은 음식 만드는 날이다.

오늘 할 음식은 이번 주 도시락으로 새우 버섯 덮밥, 계란말이 (계란 50개) 오늘 저녁 식사 (김치찌개, 흰살생선구이) 생강 계피차(감기 기운 있는 딸을 위함)

일주일 동안 필요한 도시락 반찬을 만들고 주중에 저녁으로 먹을 최대한의 음식을 준비한다.


새우,버섯 덮밥.


재료는 새우 2kg, 송이버섯, 양파, 당근, 브로콜리, 소금, 마늘, 참치 소스, 감자전분, 하늘 고추 5개(청양고추보다 더 맵다), 육수(멸치, 다시마, 파 뿌리를 끓여서 만듦)

포인트는 새우를 잘게 썰어서 청주와 후추를 넣고 10분 정도 재어둔다.

야채를 썰어서 볶다가 소금과 참치 소스, 마늘, 고추를 추가로 넣고 볶는다.


준비된 새우와 육수를 넣고 끓을 때 감자전분을 물과 섞어서 넣는다. 카레 정도의 농도면 적당하다.


요리하려면 주방보조인 남편의 역할이 가장 크다.

남편이 생강 껍질을 벗기고 새우 꼬리를 떼어냈고, 계란 50개 껍데기를 깨서 풀었다. 고개를 숙이고 일을 해서 머리까지 아프다고 구시렁거리더니 화장실 다녀온다고 안방으로 갔다.

물 내리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안방은 조용하다. 마주치면 일을 해야 하니 요리를 시작하면 눈을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는 남편이 참 귀엽다.

옥수수를 끓는 물에 2분 정도 데치면 최고 맛있는 상태가 된다. 일군은 잘 먹여야 하므로 옥수수를 3개 데쳐서 남편에게 주었더니 2개 반이나 먹는다. 그 모습을 보니 토끼 같기도 하고 한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로 보이는 남편. 옥수수 먹는 모습이 아기 같다고 했더니 신나서 일을 잘한다.

토요일에 담근 김치를 본채와 20미터 떨어진 휴게실(rumpus room)에 있는 냉장고에 넣으라고 하자 알았다며 벌떡 일어난다. 김치가 3통이라서 3번이나 왔다 갔다 하느라 숨을 몰아쉰다.

오른쪽에서 계란말이를 하면서 왼쪽에서는 버섯 새우 덮밥을 했다.

계란말이는 약불에 익혀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생강을 썰고 계피를 씻어서 차를 만든다.

육수는 항상 준비되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계란말이를 다하고 생선을 구웠다.

혼자 했다면 하루 종일 해야 했을 일이었다.

사 먹고 싶은 음식도 없고(맛이 없어서) 거리도 멀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집밥.

한국에서만 살았다면 음식을 만드는 일이 이렇게 힘들고 고생스러운 일인지 경험하지 못했겠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도시락을 싸주셨던 모든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외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를 사셨던 모든 어머니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한 줄 요약: 여러분 한국은 천국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5월 8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