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jeong Jun 01. 2023

제가 훔쳤다고요!

호주 이야기

약국에 근무하다 보면 월평균  2~3건 도둑을 잡는다.

심지어 모녀가 2인조로 딸은 약국의 제품을 직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시선을 끌고 그사이 엄마가 물건을 훔치는 경우도 있다. 선글라스는 구경하는 척하다가 끼고 가거나 임신테스트기를 허리춤에 숨기기도 하고 자기 가방에 넣는 경우도 있다. 약국 문이 자동문인데 열리자마자 입구에 있는 물건을 집어서 도망가는 경우는 확인도 못 하고, 지켜보아야 한다.

이런 일은 크리스마스 시즌이나 휴가철, 일 년에 네 번 있는 학생들 방학 전에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다.


대부분 고객의 얼굴이나 이름을 알기 때문에 낯선 사람이 약국에 들어오면 직원 한 명이 그 고객을 CCTV 화면에 확대하고 계속 지켜본다. 고객이 물건을 숨긴 것만 확인하고 계산하는 창구에 오면 어디에 숨긴 물건 꺼내라고 말한다. 백 퍼센트 펄쩍 뛴다. 증거가 있냐며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사람의 몸을 터치할 수 없고 가방도 우리가 손댈 수 없기 때문에 대화로 계속 물건을 추적하다 찾는다.

다만 물건을 확실하게 훔친 영상을 확보했을 때만 고객에게 이런 절차를 거친다.

갑자기 도망가는 사람도 있는데 A는 끝까지 쫓아가서 뺏어온다.

아들은 그러다 다칠 수도 있으니 도망가는 사람은 포기하라고 말하지만, A는 이렇게 해야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을 어이없게 경험했다.


우리 집은 겨울이 오면 아침 메뉴가 좀 달라진다.

따끈한 국물이 몸을 부드럽게 해주기도 하고 추위를 약 올리기도 한다.

주로 죽을 가장 많이 먹는 계절이다. 단백질이 풍부한 팥죽이 겨울 아침 단골 메뉴다.

보통 주에 한 번은 호주 마트, 한국  마트, 아시아 마트, 야채, 과일 마트에 두루두루 들르는 편이다.

제일 먼저 호주 마트에 들러서 포도와 요거트, 골든 키위 등을 구입했다.

그리고 팥죽과 찹쌀 팥시루떡을 먹고 싶다는 남편을 위해서 팥을 넉넉히 사려고 아시아마트에 갔다.

거기에는 과일, 야채도 있고 각종 콩이 많아서 팥을 찾아보았다.

호주산이긴 했는데 포장 상태가 오래된 제품처럼 보였지만 내용물은 괜찮은 듯해서 두 봉지를 쇼핑카트에 담았다.

그리고 마트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한 백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한국마트와 중국 마트가 생각났다.

가끔 그 두 슈퍼마켓에서도 호주산 팥을 구입했던 기억이 나서 포장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두 봉지의 팥을 다시 원래 자리에 놓고 쇼핑카트를 밀고 걸어가고 있었다.


한 남자가 옆으로 바싹 다가오며 인사를 했다. 나도 인사를 건넸다. 그다음에 그 남자는 나한테 무엇을 샀느냐며 내 쇼핑카트를 쳐다보았다. 순간 이 남자가 내 스타일이 전혀 아닌데 나에게 작업을 거나하며 거리를 두는데 더 가까이 다가오며 카트 속 물건을 쳐다보았다. 순간 그 남자가 입은 티셔츠에 방금 다녀온 아시아마트 상호가 보였다.

아! 이 직원이 내가 팥을 훔쳤다고 생각하고 따라왔음을 알아차렸다.

약국에서 물건을 훔치는 사람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었다.

그 즉시 가방을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 남자는 포도를 어디서 샀냐고 물었고 다행히 챙겨온 영수증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자신이 콩을 카트에 넣는 것을 봤는데 왜 계산하지 않았냐고 했다.

구입하지도 않은 콩을 왜 계산하냐고 했더니 다시 카트를 쳐다보았다.

처음에 콩을 두 봉지 카트에 담았다가 마음이 바뀌어서 원래 자리에 두었다고 말하자, 어디에 두었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불쾌했지만 약국에서의 경험으로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다.

그리고 마트로 다시 돌아가서 팥을 놓았던 자리를 가리키며 여기에 두 봉지를 다시 올려놓았다고 했지만, 그 남자의 표정은 여전히 의심하는 상태였다. 다시 카트 안의 물건을 직접 확인하라고 그에게 밀어주었다. 확인을 마친 그 남자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이었다. 너도 확인했듯이 나는 너의 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너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고 믿을 수가 없다며 마트를 떠났다. 인종차별을 하지 않으려는 나의 마음이 생각이라는 꼬리를 잡고 xx 나라 출신들은 하나같이 무례할까? 특히 여성에 대한 배려는 조금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평정심을 잃게 한 이 순간이 참 속상했다.

그 마트에 다시는 가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 남자의 태도가 불만이었고, 물건을 훔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면 당연히 사과해야 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돌아가서 사과받을까 생각했지만, 입으로만 하는 사과를 할 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으면 저럴까! 그럴 수도 있지! 물음표가 아닌 느낌표로 나를 다독이며 그 장소를 벗어났다.


도둑 누명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 놀랐고 황당한 사건이었다.

화장실에 다니러 간 남편이 그 자리에 없어서 다행이었다. 상점 직원의 무례한 행동을 보았다면 사과하라고 강요했겠지!


오늘도 다시 다짐해 본다. 확실한 증거 없이, 특히 타인에게 들은 이야기로 그 누구도 의심해서는 안 되고 자신이 잘못 생각했거나 판단했음이 확인되면 그 즉시 사과하는 상식이 통하는 사람임은 늘 체크해야겠다.



한 줄 요약: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순간 마음의 평화가 빠르게 찾아온다.


작가의 이전글 나도 엄마가 있었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