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e jeong Apr 23. 2023

49재

야생 고양이

죽은 가족이 이른바 삼악도(; 지옥도·아귀도·축생도)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비는 기도 행위가 49재이다. - 네이버 두산백과



오래전에 시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삼일장 장례식으로 마무리하기에 서운했던 자식들은 대책을 논의했지만, 무종교인 시댁에서 쉽게 그 누구도 의견을 내놓지 못했다.

몇 시간이 지나고 넷째 아주버님 친구분중 한명이 장례식장에 방문했다가 우리의 고민을 듣고 원불교에서 49재를 지내면 어떻겠냐며 설명했다.

사망 날로부터7일마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시간으로 가족이 될 수 있으면 원불교 교당에 모여 의식에 따라 함께 기도하는 방법이었다. 각자 매일 기도를 하겠지만 특별히 7일마다 7번을 특별한 장소에 모여서 마음을 다해 기도하는 일정에 가족모두 찬성했고 49일 동안 마음을 모아 고인의 명복을 기도했다.


그래서일까! 남편은 오늘이 우리가 키우던 막내 고양이 수수가 하늘나라로  간 지 49일이 되는 날이라며 평소에 수수가 좋아하던 북어와 생닭 가슴살, 사료 등을 접시에 담아서 달라고 했다.

그동안 남편은 수수 무덤에 꽃을 매일 가져다 놓았고 오늘은 특히 더 예쁜 꽃들로 꽂았다.

마른 북어를 한입 크기로 잘라서 물에 씻어 꼭 짜서 주면 부드러워서 수수가 가장 좋아했던 간식이었다.

오늘도 역시 북어는 물에 적셔서 부드럽게 만들어 접시에 담아달라는 남편. 세 가지 음식을 접시에 담아서 마당으로 내려갔다. 접시 올려놓으라고 하얀 냅킨도 깔아놓은 남편의 자상하고 따뜻한 마음이 참 이쁘고 고마웠다.


음식을 놓자, 한참을 앉아있는 남편을 보고 속으로 기도를 마친 나는 수수야 사랑해~라고 큰 소리로 눈물 없이 말할 수 있었다.


이 주 전이 부활절이었다. 성당에서는 부활절 전까지 여섯 번의 주일 즉 마지막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을 사순절이라 하여 그 기간에는 금식과 특별기도, 경건의 훈련 기간으로 삼는다. - 네이버 두산백과


사순절 시기에는 최대한 검소한 생활을 하여 절약한 돈으로 특별 헌금을 위한 특별 봉투가 성당에 비치되어 있다.  기부받을 사람이 해마다 변경되고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실명과 그들의 사진이 기부 봉투에 인쇄되어 공개된다.

우리 가족이 현재 다섯 명이므로 각각의 이름으로 6개의 봉투에 마음을 담아서 해마다 기부하고 있다.

올해 부활절에 첫째 주와 둘째 주는 네팔에 사는 Laxmi, 셋째 주는 짐바브웨에 사는 Priscilla, 넷째 주는 베트남에 사는 Thu,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주는 호주에 사는 Tereesa였다. 매주 봉투에 정성을 담아 그들을 위한 기도와 함께 사순절을 마치고 성당에 갔다.  

이번에는 봉투의 묶음이 6개였다. 개인의 정보를 기재하도록 되어있어서 이름만 적었다.

First name: Susu, Last name: Jeong. (정 수수)

부활절에 남편과 성당에 갔다가 기부하는 봉투가 너무 많아서(36개) 놀란 남편에게 올해는 수수까지 기부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하자 그는 잘했다며 어떻게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냐며 미소지었다.


그동안 혼자 있는 시간이면 수수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수수를 향한 슬픔이 내 안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으므로 나를 달래고 수수를 기억하며 늘 함께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나니 많은 것들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후배랑 통화하며 "언니 수수가 먼저 천국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나중에 만나요"라고 위로해 주는 말이 참 좋았다. 수수야 안녕~~


한 줄 요약: 이 세상에 가장 신비한 명약의 이름은 '시간'이다.

작가의 이전글 터널을 빠져나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