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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May 18. 2023

사회생활 (1)

거꾸로 쓰는 육아일기

아들이 졸업하자마자 인턴 근무 일 년이 시작되었다.

공부와 인턴 생활은 근무 시간도 길고 과제도 해야 하고 정신없이 하루가 한 달이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약사고시도 합격했다.

아들이 약사의 자격이 생기자마자 약국 주인 L은 건강상의 문제로 근무가 어렵다며 출근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하루 처리하는 처방전이 평균 300건 정도로 바쁜 약국이었다.

사회 초년생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할 사이도 없이 출근하면 어느덧 퇴근 시간이 지난 줄도 모르는 날이 많았다. 집에 도착하면 저녁 먹고 쓰러지듯 잠자리에 들곤 했다.


반복적인 행동만큼 훌륭한 스승이 있을까? 반복과 시간이 손을 꼭 잡고 가다 보면 누구나 익숙함을 만난다. 그 익숙함이 자신감을 불러오고 그 자신감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들도 조금씩 여유가 생겼고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어느 날 약국에 경력이 오래된 약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약사 2년 차인 아들에게 약국의 매니저를 제안한 L.

하지만 출퇴근 거리도 멀고 책임감이 부담된다며 제안을 거절한 아들. 그러자 그녀는 약국 근처로 숙소를 구해준다는 조건을 덧붙였고 시급도 꽤 많이 인상해 주는 조건이었다.

언젠가는 약국 운영을 생각하고 있던 아들은  매니저 일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며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대부분의 호주 약국은 처방전 파트(dispensary)와 앞쪽 파트 (Front shop)로 분리되어 직원도, 하는 일도 다르고 제품이나 약 주문도 파트별로 책임자가 한다.

아들이 약학대 학생부터 근무하던 약국에서 매니저로 어느 날 갑자기 위치가 바뀌자, 나이 많고 근무 경력이 오래된 직원들, 특히 앞쪽 파트 직원들이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고객의 서비스가 최우선인 아들과 느긋하고 속 터지도록 답답한 호주 사람들을 컨트롤해야 하니 마찰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고충을 L에게 이야기하자 매니저 말을 듣지 않는 직원은 알아서 정리하라는 L.

호주의 노동법은 근로자에게 엄청나게 유리하다. 풀타임 직원을 그만두게 하는 방법은 문제에 대해 당사자와 면담 및 시정 요구를 몇 차례 해야 하고 지켜보고 다시 요구하기를 오랫동안 했다는 증명이 필요했다.

직원들 근무 시간을 조절하는 방법을 통해서 불친절한 직원의 근무 시간을 줄이면서 지속적으로 고객의 서비스가 최우선인 방식을 전달했다. 그러자 나이 많은 직원들이 L에게 불평을 호소했지만, L은 매니저의 요구사항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기간이 길어지자, 자발적으로 퇴사를 결정한 두 명, 흔히 말하는 뺀질이 직원들이 사라졌다.


아들의 고객 만족도는 최상이라고 표현한 L. 단골들이 약사가 엄청 친절하고 일 처리도 빠르며 불편한 일도 거의 처리해 주는 최고의 약사라며 L에게 전화하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했다. 매니저 근무 6개월 만에 일평균 처방전이 300개에서 500개 정도로 늘어났다. 거의 매일 영업 종료 후 평균 2~3시간 정도 일 처리를 기본으로 해야 했지만 그래도 아들은 새롭게 배우는 여러 가지 일이 재미있다고 했다.

L에게 약사가 한 명 더 필요함을 설명했더니 그녀가 하루 3시간씩 출근하겠다고 했다.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지나도 그녀는 출근하지 않았고 아이가 아프다, 자신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아들은 한 달 안에 약사를 충원하든지 L이 출근하던지 결정하라고 단호하게 요구했다.

L은 몇 번 출근했지만 지속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고객을 위해서 일하지 말고 자신의 지시를 따르라며 고객의 요구를 적당히 거절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어느 날 출근하는 아들을 배웅하며 뒤를 따라가는데 뒤통수에 원형탈모처럼 하얀 부분이 보였다. 설마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자세히 보니 이미 원형탈모가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로 진행된 상태였고 머리가 길어서 그렇지, 이발을 하고 나면 완전히 크게 보일 정도였다.


악법도 법인 것처럼 나중에 직접 약국을 운영하다 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했고 이쯤에서 좀 쉬면서 다른 약국으로 옮기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했다. 약사 2년 차에 받을 수 없는 고액 연봉이었지만 돈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기 때문에 약국을 그만두기로 했다. 아들이 퇴사 결정을 L에게 전달했더니 어디에 가든 이런 연봉은 받을 수 없다며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다. 소통되지 않는 사람과는 함께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에 연봉 인상을 이야기했지만, 사람은 떠나야 할 자리와 순간을 잘 결정할 때 그 뒷모습이 아름답다고 하지 않던가! (원형탈모증 때문에 뒷모습이 아름답기는 틀렸다)


아들이 휴식 시간을 가졌으면 했지만 약사가 늘 부족한 호주는 딸이 다니는 약국 쪽에서 계속 함께 일하자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오픈을 준비하기에 유리한 약국 두 군데를 정해서 주에 이틀씩 총 4일만 출근 하기로 했다.



한 줄 요약: 졸업만 하면 끝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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