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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May 24. 2023

인종차별 받다 사회생활 (2)

거꾸로 쓰는 육아일기

빨리: 걸리는 시간이 짧게. 어떤 기준이나 비교 대상보다 이르게. ㅡ 네이버 국어사전


빨리빨리 나라에서 태어나 늘 달려야 하고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환경에서 자란 우리 가족.

더운 지방 즉 겨울에도 영상인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성격도 행동도 느리고 느긋한 편이다.

호주에 처음 왔을 때 느리다 못해 빠르다는 느낌을 받아 본 사람이나 행동을 단 한 번도 느껴본 경험이 없어서 느림보 나라에 갑자기 떨어진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은행에서 계좌를 만들면서 현금인출카드를 신청하면 일주일 정도 후에 집에서 받아야 한다.

약 20년 전에도 그랬는데 현재도 여전하다.

은행, 우체국, 슈퍼마켓 등 어디를 가든 줄을 서야 한다. 우체국에서 여권 발급 대행을하므로 앞사람이 여권 발급목적으로 방문한 사람이라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먼저 여권 사진을 찍고 서류 작성하고 계산하는 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린다.

가끔 아시아계의 직원이 있는 창구는 일 속도가 정말 빠르다.


아들 약국에도 호주 사람과 아들이 처방전을 처리하는 숫자가 일평균 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주 사람들은 일단 시간대에 맞는 인사 "Good morning! How are your morning being?" 고객의 대답을 듣고 자신의 아침을 이야기한다. "아침에 바빠서 식사를 하지 못 했고 왜냐하면 밤에 잠을 설쳤거든." 마치 우리가 친구와 이야기하듯 만나는 고객마다 그런 방법으로 대화하는 직원이 생각보다 많다.

나 역시 어디서든 받는 질문이고 다만 짧게 마무리한다. 왜냐하면 뒤에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서로를 위해 빨리빨리 와 신속함이 기본으로 갖추어져 있는 우리나라의 문화 때문이다.


호주 할아버지 한 분이 약국에 들어왔다. 아들이 제일 먼저 미소와 함께 인사를 했지만, 그는 표정 없이 "나는 아시아 사람에게는 처방전을 주지 않을 거야. 호주 약사 불러줘."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들이 그 약사는 현재 손님 서빙 중이니 기다리라고 했고 다른 손님을 처리했다. 그렇게 두세 명이 일을 마치고 약국을 떠났지만, 그 호주 할아버지는 아직도 호주 약사를 기다리며 표정 없이 앉아 있었다.


그때!

아들: 뭐 좀 물어봐도 돼?

할아버지: 그럼.

아들: 너 나 알아?

할아버지: 아니.

아들: 나를 알지도 못하면서 왜 나한테는 처방전을 줄 수 없다는 거야? 너도 알다시피 호주 약사는 많이 기다려야 해. 괜찮아? (약간 짜증이 얼굴에 나타나기 시작한 고객)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아시아 사람을 싫어하는 거야?

할아버지: 한국 사람에게 방을 빌려준 적이 있었는데 물을 너무 많이 사용했어. 샤워도 매일하고 물의 소중함을 몰라서 싫어. 그리고 내 손녀 회사에 아시아계 직원이 있는데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다른 직원들이 스트레스받고 상사들은 그 직원만 좋아해서 승진도 제일 빠르데.

아들: 내가 너의 집에 세입자였던 것도 아니고 손녀의 회사에 다닌 사람도 아닌데 나를 싫어할 이유가 있을까?

할아버지:.......

아들: 호주 약사는 좀 더 기다려야겠다. 더 기다릴래 아니면 내가 해줄까?

할아버지는 잠시 망설이더니 처방전을 아들에게 주었고 신속하게 처리해서 약 복용하는 방법과 다음에도 나한테 처방전 안 줄 거야라고 물어보았다. 그는 잘 모르겠다며 인사도 없이 아들이 건네는 have a lovely day! 를 듣고 손만 흔들며 갔다.


그 후 그 할아버지는 아들과 친하게 되었고 출입문을 들어오면서부터 아들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는 많은 고객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인종차별이 당연히 있겠지. 가령 있다고 해도 웃는 얼굴에는 침을 뱉지 못하는 것처럼 내가 차별하지 않으면 별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아들에게 할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차별한 대가로 그 고객이 기다리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지만 자신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아들.

상대방이 나에게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고 인종 차별이나 오해가 있을 때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왜? 우리 가족은 한국 사람이니까! 나라 밖에서는 누구나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니까.



한 줄 요약: 인종 차별을 당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열받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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