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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Jan 27. 2023

법적으로 딸이 생겼다

거꾸로 쓰는 육아일기

며느리: 아들의 아내(사전적 표현) daughter - in - law(영어식 표현)


아들의 아내보다 법적인 딸이라는 명칭이 조금은 무겁게 책임감을 데리고 내 가슴에 들어왔다.

30년 넘게 네 식구로 생활했고 법적으로 딸이라는 며느리가 생겼을 때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 사상과 철학이 만나는 일이다. 각자의 길에서 하나의 길로 가야 하는 일이다.

초록색과 노란색이 섞여 새싹, 새순의 상징인 연두색을 만드는 일이다.


결혼이라는 길에 들어선 아들과 며느리 역시 서로 맞추고 조절하며 알아가기에도 버거운 시간이므로 최대한 둘만의 시간을 많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배려했고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매월 한 번의 가족 모임을 만들었다.

분기별로  가족 단톡방에대화할 주제를 미리 올렸다.

자신이 가장 많이 화가 나는 순간.

가장 행복한 순간.

후회 없는 생활을 위한 한 가지.

가장 좋아하는 또는 싫어하는 음식.

자신을 칭찬하는 한마디 나머지 가족을 칭찬하는 한마디.

지금도 멋지지만, 무엇인가 한 가지를 더 겸비한다면 좀 더 근사한 사람이 될 것 같은 상대방을 위한 조언 한마디.

 

처음에 이런 주제를 준비해 오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생길까? 주제는 무시하고 먹고 마시는 시간으로 버무려지지는 않을까? 준비해오지 않으면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첫 모임이 연초였으므로 각자에게 지난해 칭찬 한마디. 한 해를 좀 더 멋지게 만들려면 꼭 필요한 조언 한 마디씩을 준비해 오라고 했다.

식사가 거의 마무리되었을 무렵 남편부터 준비한 이야기를 하라고 했다.

가족 한 명 한 명에게 꼭 필요한, 본인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이야기했고 나와 아이들도 모두 이야기하는데 나름대로 고민하고 생각해서 준비한 대화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주제를 주는 가족 모임이 부담스러운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모두 너무 좋다고 했다. 서로를 위해 준비하고 고민해서 전해주는 조언 한마디를 고맙게 들었다.


 이런 시간을 2년 넘게 해 오면서 법적으로 딸이라는 며느리가 조금씩 딸로 바뀌어 가고 있다.

며느리의 성격과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당황하고 편안해하는지를 알아가고 있다.

아들과 며느리가 피곤할 때는 가족 모임을 밖에서 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남편은 한 달에 한 번은 집에 와서 자고 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서운해했다.

당신은 아들 집에 한 달에 한 번 가서 잘 수 있는지 물었더니 불편해서 싫다고 했다. 며느리나 아들도 우리 집이 불편할 거라고 했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가끔 특별한 날에는 다 같이 모여 술도 한잔하고 놀고 싶지만 나 역시 시댁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일이 불편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지나온 일이었기에 며느리에게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무엇이든 며느리 현재 상황으로 돌아가서 나에게 질문한다. 그래서 단 1%라도 불편한 점이 있다면 하지 않는다.

새 식구가 서로 한 식구가 되려면 배려와 시간이 필요하다.

며느리가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에 따라서도 우리와 가족이 되는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다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가끔 천국과 지옥을 이렇게 표현하곤 한다.

두 곳 모두 산해진미가 많지만, 숟가락이 너무 길어서 자신이 먹기에는 불가능하다고, 그러나 지옥은 자신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과 행동만 있고, 천국은 그 긴 숟가락으로 서로 떠먹여 주니 얼마나 맛있게 먹으며 넉넉한 모습일까? 한 발만 뒤로 물러서 바라보면 어디든 천국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한 줄 요약: 새 식구가 한 식구가 되려면 배려와 긴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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