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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ne jeong May 29. 2023

VIP 고객을 쫓아내다

거꾸로 쓰는 육아일기

M은 우리 약국의 VIP 고객 중의 한 명이다.

약국에서 VIP란 몹시 아픈 사람으로 M은 겉으로 보기에는 40대 정도로 젊어 보이지만 인슐린주사, 혈압, 고지혈증, 심장, 우울증 등 약을 엄청나게 먹는 사람이다.

M은 자신이 약국의 VIP임을 알고 물이나 음료수를 자주 꺼내서 마시기도 하고 항상 당당하며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다.

기타리스트 김태원이 어는 심사위원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자신이 노래를 잘한다는 것을 모를 때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라고 하며 한 참가자를 향해 당신의 노래는 오늘 참가자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했다.

아들을 제외한 모든 직원은 M의 무례함에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가끔 말도 함부로 한다며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M이 보이면 늘 약사들이 그를 응대하고 최대한 직원을 보호하고 있다.


어느 토요일 두 명의 직원과 한 명의 약사가 모두 손님의 처방전을 처리하고 계산하느라 바쁜 시간에 M이 들어왔다. 아들은 반갑게 인사하며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했고 그는 음료수 한 병을 아들에게 보여주며 마셨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둔 약을 받아서 M은 약국을 떠났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던 한 손님이 지금 나간 남자가 저 안약을 주머니에 넣고 계산도 하지 않고 갔다고 알려주었다. 평소에 판촉물이나 영양제도 자주 챙겨주었던 아들은 고객의 말을 듣고 설마 그런 짓은 하지 않았겠지! 생각하며 고객에게 알려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날 영업 종료 후 CCTV를 확인해 보니 헉! 정말로 M이 안약을 집어서 주머니에 넣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들은 필요하다고 했다면 주었을 텐데 M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놀랐고 실망했다.


직원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아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했다.

약국 초창기부터 함께 시작한 A라는 직원이 올해부터 약학대 공부를 시작해서 오후에 출근하는데 특히 천사보다도 더 착한 A가 가장 싫어하는 고객이 M이었다.

아들은 A에게 오늘 출근하면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며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A가 출근하자 네가 그렇게 원하고 원하던 M을 쫓아내는 일이 선물이라고 말하자, A는 엄청나게 좋아했다.

아들은 M에게 전화를 걸었고 우리가 보관 중인 너의 모든 처방전을 다른 약국으로 보낼 거니까 어느 약국이 좋은지 선택하라고 했다. M은 이유를 물었고 아들이 설명하자 계산하는 것을 깜빡 잊은 거라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래 너의 사과는 받을게. 하지만 우리 약국에 더 이상 올 수 없다라고 했고 계속 사과의 말과 다짐을 하던 M. 나도 안타깝지만, 그 선을 네가 먼저 허물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 이후로 우리는 M을 다시 볼 수 없었다.


또 한 명은 위장약을 받으러 온 환자였고 처방전을 집에 두고 왔다고 했다.

이럴 경우 아들은 다니는 병원과 의사를 확인한 후 컴퓨터 조회로 몇 번의 처방이 남았는지 알 수 있으므로 이번만 해주는 것이니 다음에 꼭 가지고 오라며 처리해 주었다.

한 달이 지나고 그 고객이 또 처방전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약이 떨어진 것을 모르고 외출했고 지금 배가 너무 불편하다며 한 번만 더 처방전 없이 해주면 다음에는 꼭 가지고 오겠다고 사정했다.

아들은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며 다음이 아니라 지나는 길에 처방전을 가지고 올 수 있으면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하며 처리해 주었다.

세 번째 방문한 그녀는 처방전 없는 약을 다시 요구했고 이번에는 단호하게 거절한 약사.

그런데 그 고객은 사람이 일 처리하는데 일관성이 있어야지 언제는 되고 이번에는 안 되는 것이 말이 되냐며 오히려 따지듯 말했다. 아들은 그녀가 구입했던 영양제와 몇 가지 상품들을 취소한 후에 당장 약국에서 나가라고 했다. 배려를 일관성이 없는 행동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우리 약국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하자,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러자 호주 남자 그것도 덩치가 엄청나게 큰 고객이 앉아서 현재까지 상황을 다 보고 있더니 그녀에게 다가갔다. "너 못 들었어 이 약사가 나가라고 하잖아." 그는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고 그녀는 네가 뭔데 나한테 소리 지르냐고 더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아들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그녀가 씩씩거리며 나갔고 그녀 역시 약국에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사람의 진심이 서로 통한다면 얼마나 살 만한 세상일까? 그러나 그런 세상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가치관이 몇몇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서 흔들리지 않는 방법은 있다.

가치관은 어떠한 상황을 만나더라도 자신의 결정과 습관에 따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고 보호해서 그 상태를 유지하는 삶 또한  의해서 충분히 가능하다.

이 일로 아들이 사람에 대한 가치관에 작은 흠집이라고 생기지 않기를 기도한다.


고객의 서비스가 최우선이라는 직장에서 15년을 넘게 근무하며 맘고생이 여러 번 있었던 나는 그 사건을 보면서 나라면 절대로 아들처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떤 방법이 옳은지 알 수는 없지만 약국을 책임지고 있는 아들이 내린 결정이니 응원하면서도 약간의 아쉬운 감정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 순간 아! 과거에 발목을 잡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야 여기는 현재란다 어서 지나가라고 속삭이자, 출입문을 나서는 고객 따라서 종종걸음으로 멀어지는 과거. 이때 입꼬리를 한번 올려주는 센스


속이 시원하다! 직원을 배려하고 보호하는 아들의 일 처리 방법이 참 좋다.



한 줄 요약: 말과 행동은 나를 표현하는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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